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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8일 15:1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책임투자 모니터링 체계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기관투자자(LP)들의 ESG 성과 요구가 커지는 한편, 관련 업계에서도 자율규제 강화 과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사진=연합)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투자펀드운용사협의회(PEF협의회)는 협회 전환을 논의 중이다. 현재 400여 개 국내 PE 운용사 중 92개사가 PEF협의회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비공식 모임에 머물러 있는 단체다.
PEF협의회, 공식 협회로 발돋움 추진
협회 전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업계 내 자율규제 강화를 통해 정부·금융당국, 투자자와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다. 최근 국내 PEF는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를 비롯해 일부 사례에서 사회적 문제를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사회적 책임에 소홀한 사모펀드에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ESG 기준에 부합하느냐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PEF업계와 금융당국·정치권과의 소통 창구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PEF협의회는 사회적 책임투자 위원회 설치를 통해 회원사들이 지켜야 할 원칙들을 조문화하겠다는 방안이다. 이는 최근 국회 차원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고강도 입법을 예고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업계 내에서 자율규제 체계를 마련해 사모펀드 업계에 대한 신뢰 수준을 끌어올리고, 나아가 국내 글로벌 ESG 스탠더드로 진입하기 위한 첫 문턱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현재 국내 PEF들은 운용사별로 ESG·윤리기준이 제각각이다. 일부 국내 PEF들은 UN PRI, TCFD 같은 국제 기준을 따르고 있지만, 대다수 PEF들은 단순히 내부 체크리스트 수준에 머무르는 실정으로 전해졌다. 또 국제 기준을 따르고 있어도 자율 지침이라는 한계와 국내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문제 등으로 비판이 뒤따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MBK는 2013년 UN PRI에 서명한 국내 첫 번째 PEF 운용사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가장 큰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간 MBK는 ESG 평가 매뉴얼의 자체적인 수립과 ESG 실사 전문 컨설팅 기관을 고용하는 등 책임투자 원칙을 지켰다고 자부했음에도 결국 지난 22일 ‘사회적 책임 위원회’ 설치를 통해 여론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ESG 기준 제각각…구심점 부재
관련 업계에선 ESG에 대한 기준이 천차만별이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동안 구심점인 공식 단체는 없었다. IB 기반의 증권사 계열 운용사들은 금융투자협회 산하에, 벤처·중소형 중심 운용사들은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가 구심점 역할을 해왔지만, PEF 업계 대표 기구는 공백 상태다.
과거 2021년 금투협이 전문사모펀드 업무지원 조직을 부 단위로 격상하면서 인력을 늘리기도 했지만, 옵티머스펀드 사태 이후 조직 확대라는 점에서 사모펀드 업계 목소리가 반영되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에 적용되는 법제가 다른 데다, 대형 독립계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PEF협의회 정도가 친목 수준의 모임으로 존속해왔었다는 것이다.
국내 PEF 운용사들은 글로벌 출자자(LP)와 규제 변화에 맞춰 GRI, TCFD, SASB, PRI, ISSB 등 프레임워크를 참고해 자체적인 ESG 공시에 나서고 있다.
IMM홀딩스의 경우 2021년 PRI 서명기관으로 가입하고 TCFD 지지선언을 하면서 일찍이 ESG 강화에 나섰다. ESG 연차보고서를 통해 네거티브 스크리닝(투자금지 대상 여부) 5개 항목을 포함해 환경 관련 5개, 사회 6개, 지배구조 6개로 이루어진 ESG 체크리스트를 공개하는 등 글로벌 기준을 활용한 ESG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도 ESG 투자 테마로 공유 플랫폼, 문화 다양성, 차세대 에너지의 세 가지 핵심 테마를 중심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ESG에 부합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지표를 공개하고 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국내 모든 사모펀드 운용사가 일관적으로 ESG 대응을 위한 체계가 구축되기엔 ESG 기준이 제각각”이라며 “국내 LP들이 ESG 기준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운용사들도 그에 맞춰 기준을 세우고 있지만, 사모펀드 운용사는 기본적으로 공시 의무가 없어 ESG 성과를 검증하기 어렵고, 중소형 PE는 ESG 보고서 발간이나 자문 비용도 버겁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