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국감 '허영·이정문' 정책 질의 빛났다…공공성 회복 강조

산은·기은, 자회사 특혜·대출 비리로 내부통제 부실 논란
주금공·캠코, 서민금융 사각지대·새도약기금 정책 제언 이어져
신보·캠코, 수도권 집중 투자·헐값 매각 등 공공성 후퇴 지적

입력 : 2025-10-30 오후 4:05:46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국가기관의 정책 현안과 문제점, 개선 사항을 점검하는 국정감사에서 정책금융기관의 구조적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의 평가 대상인 13개 정책금융기관 중 정무위원회 소관인 한국산업은행, 기업은행(024110), 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국감에서는 △국책은행 내부통제 실패 △서민금융·주거복지 사각지대 △지역균형·중소기업 금융 접근성 문제 △국유재산 헐값 매각 문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산은·기은, 자회사 방만 운영·대출 비리 논란…내부통제 '적신호'
 
김승원·김용만 민주당 의원은 각각 산업은행 자회사인 산은인베스트먼트의 방만한 운영과 명륜진사갈비 불법 고리대출 사례를 통해 국책은행 내부통제의 허점을 부각했습니다. 김승원 의원은 "산은인베를 통한 기업 투자 시 심사와 사후관리를 하지 않았고 대표이사가 감사를 겸직한 채 투자제안서 없이 투자가 집행됐다"며 "모회사 자금이 단순히 자회사로 이전된 것에 불과한데도 2022년 한 해 총 45억원, 인당 최대 16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질타했습니다. 
 
김용만 의원은 "명륜당에 지원한 저금리 공적자금이 특수관계 대부업체를 통해 가맹점주에게 연 10% 고금리로 대출됐다"며 "송파구청이 미등록 대부업 위반 등으로 행정처분을 내린 뒤에도 산업은행은 240억원을 추가 대출했다"고 밝히며 공적금융의 도덕적 해이를 꼬집었습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퇴직자가 연루된 기업은행의 부당대출 은폐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원 최초 신고 당시 240억원이던 부당대출 금액이 감사 후 882억원으로 확대됐다"고 추궁했습니다. 이 의원의 "부서장 지시로 자체조사 파일과 사내 메신저 기록 등 270개 파일이 삭제됐는데 국회 요구자료 제출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김성태 기업은행 행장은 "검찰·금감원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서민·청년 외면한 정책금융…주택연금 실효성 '의문'
 
허영 민주당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금공과 캠코를 대상으로 서민금융·주거복지 사각지대와 국가 주도의 취약계층 채권 탕감 프로그램인 새도약기금 관련 질의도 이어졌습니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주금공에 '결혼 페널티' 문제를 지적하며 "부부 합산 대출 한도가 더 낮거나 취득세율이 높아 혼인신고를 기피하게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캠코에는 "세금 체납으로 인한 공매 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제2의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올해 7월까지 전세사고 8995건 중 60%가 전세사기 위험 심사를 하지 않은 건으로, 피해자 77.8%가 정책대출을 받은 저소득층"이라고 짚었습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지방 보금자리론 연체율이 수도권보다 1.3배 높다"며 비수도권의 금리 차등 및 부부합산 소득기준 완화 정책을 주문했으며,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캠코가 보유한 IMF 당시 장기연체채권 1조8000억원을 새도약기금과 연계해 조정·소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국민 노후보장을 위한 주택연금 제도에 대한 정책제언도 눈에 띄었습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고령층 자산의 80%가 부동산인데 주택연금 가입률은 1.8%에 불과하다"며 주택가격 변동을 반영한 상품 개발과 홍보 강화를 촉구했습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전남의 고령인구 비율은 27.8%지만 주택연금 가입률은 0.1%에 불과하다"며 비수도권 지역의 가입 문턱을 낮출 것을 요구했고, 김현정 의원도 "작년 10월 기준 가입자 13만3000명, 월 평균 지급액 122만원 수준으로 실효성이 낮다"며 연금 산정방식과 이율 구조 등 정책 개선을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역·중소기업 외면…공공자산 헐값 매각까지 '공공성 논란'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정책금융의 지역 불균형과 집행 실효성 문제를 짚었습니다. 그는 "캠코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지원 펀드가 투자한 13개 사업장 중 12곳이 수도권"이라며 지역 편중을 비판했습니다. 또한 "티메프 사태 당시 신보가 미정산 피해 기업에 3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320개 기업에 938억원만 집행돼 목표의 35%에 그쳤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최원목 신보 이사장은 "신보 보증부 대출은 4%인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자금의 조달금리(2.5%) 대비 높아 자금이 쏠린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신보 장기보증을 10년 이상 이용하는 기업이 4500곳, 약 4조원 규모에 달한다"며 "좀비기업이 보증으로 연명해 한정된 재원이 혁신기업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같은 당 이양수 의원은 "특별출연 협약보증 97%가 수도권 중심"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최 이사장은 "지방은행은 재정 여건상 제도 운영이 쉽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민주당 의원 중심으로 국유재산 헐값 매각 등 공공자산 관리 문제도 거론됐습니다. 박범계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국유재산 매각 정책 이후 감정가 대비 낙찰가가 7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승원 의원은 "낙찰가가 감정가의 100% 미만인 사례가 이전 정부에서는 10%대에 불과했으나 윤석열정부에서 42%, 58%, 51%로 급증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허영 의원은 "10억원 이상 고액 국유재산의 94%가 수의계약으로 매각됐다"며 절차의 투명성 강화를 촉구했습니다. 이들 의원은 캠코가 세부 리스트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전수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은 "국책은행의 내부통제 실패, 국유자산 헐값 매각, 주택연금 실효성 문제 등은 단순한 행정 미비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공공성을 잃고 관행화된 사익 구조로 기울고 있는 정책금융의 방향을 이번 정무위 국감이 더 날카롭게 짚어야 했다"며 "정책금융이 금융 접근성이 낮은 서민과 지역, 소상공인 중심의 포용금융으로서의 역할과 방향성을 명확히 세워야 할 과제를 남겼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이 23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의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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