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저축은행의 불공정 약관 시정을 요청했습니다. 오픈뱅킹, 급여이체, 멤버십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해온 저축은행업권이 고객과 접점에서 일부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입니다. 
 
공정위는 29일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사용하는 총 1735개 약관을 심사해 17개 유형의 60개 조항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저축은행에 대해선 총 654개 약관을 심사해 3개 유형의 4개 조항을 불공정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지적 받은 이용약관은 오픈뱅킹과 급여 이체, 멤버십 서비스 관련 조항입니다. 유형별로 △계약 해지 사유를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정한 조항 2개 △저축은행이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제한할 우려가 있는 조항 1개 △개별 통지 수단이 부적절한 조항 1개 등입니다. 
 
 
은행 및 상호저축은행 분야 불공정 약관 시정 중 일부 발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우선 오픈뱅킹 서비스와 관련해 '압류, 가압류, 가처분 등 서비스 제공이 부적합할 경우' 같은 구체적이지 않은 사유로 저축은행이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제한·변경할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급여 이체 서비스 조항에서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해 서비스 또는 저축은행에 상당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조항이 계약 해지 사유를 모호하게 정해 은행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홈페이지 게시를 통한 안내 외에 어플리케이션, 문제 메세지, 카카오톡, 이메일, 전화, 서면(DM) 중 1개 이상의 수단으로 개별 통보한다'는 멤버십 서비스 변경 및 종료와 연관된 특별약관에 대해서도 어플리케이션을 개별 고객에 대한 통지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고객에 불리한 조항을 홈페이지 게시 등으로 갈음할 수 있단 이유에서입니다. 
 
저축은행은 최근 수년간 예·대 금융에서 벗어나 오픈뱅킹과 급여 이체, 멤버십 포인트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생활금융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왔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저축은행이 우월적인 지위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자리잡을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조항 수정에서 나아가 금융소비자보호법(FinSA)과 전자금융거래법이 강조하는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비은행권이나 2금융의 디지털 서비스로까지 확장해 적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저축은행이라고 해서 주요 은행이나 플랫폼 기업이 지키는 디지털 서비스 운영 및 약관 설계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입니다. 
 
이용약관의 해석은 금소법이나 전금법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입니다.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간의 거래는 대부분 표준화된 이용약관을 통해 이뤄지는데, 약관이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따라 금융소비자 권익이 보호되느냐 침해되느냐가 결정됩니다. 정부는 이용약관의 해석을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의 불공정 약관 시정 조치에 대해 "은행들이나 플랫폼 사업자처럼 약관에서도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에 대한 체계를 갖춰 나가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이 소비자 보호에 맞춰졌다 보니까 공정위 입장에서도 소비자와의 약속인 약관이 흐름에 맞춰 더욱 명쾌 했으면 좋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비춰진다"고 말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건물. (사진=연합뉴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