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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31일 17:5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삼성 오너일가가 5년여에 걸친 12조원대 상속세 완납을 앞두고 막바지 자금 마련에 나섰다. 오너가는 최근 
삼성전자(005930) 주식으로 약 2조원 규모 블록딜(대량매매)을 단행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올해도 지분 매각 없이 보유 자산을 활용해 재원을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급 상속세 납부로 오랫동안 재원 마련에 부담이 컸던 오너 일가는 완납이 이뤄지면 상속 절차의 짐을 덜고 그룹 지배구조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속세 납부와 10년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모두 해소한 이 회장은 반도체 호황과 맞물려 대규모 투자와 주주환원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본격적인 경영 색깔을 드러낼 전망이다.
 
 
(사진=삼성전자)
 
 
 
 
상속세 완납 임박…삼성가, 삼성전자 지분 1.8조 블록딜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최근 삼성전자 보통주 1771만6000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약 1조8442억원을 확보했다. 매각 단가는 10만4100원으로 시장가 대비 약 2% 할인된 수준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대를 회복하면서 상속세 납부 자금 마련을 위한 마지막 분납(6회차)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서현 사장은 별도로 1800억원 규모 
삼성생명(032830) 주식(115만4000주)도 추가로 매각했다.
 
 
삼성전자 처분 물량은 홍 명예관장 1000만주, 이부진 사장 600만주, 이서현 사장 171만6000주다. 이번에도 이재용 회장은 지분 매각이나 주식 담보대출 없이 법원 공탁이나 개인 신용대출 등 보유 자산을 활용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전망이다.
 
 
매각 완료 시 홍 명예관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기존 1.66%에서 1.49%로, 이부진 사장은 0.81%에서 0.71%, 이서현 사장은 0.80%에서 0.77%로 각각 줄어든다. 이에 따라 홍 명예관장의 지분율은 이재용 회장(1.65%)보다 낮아진다. 삼성 일가는 공시를 통해 “상속세 납부와 대출금 상환 목적”이라고 밝혔다.
 
삼성 일가는 고(故)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2021년부터 내년 4월까지 총 6회에 걸쳐 약 12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분할납부해야 한다. 이번 매각으로 사실상 6회차 납부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상속세 부담이라는 구조적 리스크가 해소될 전망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상속 절차가 끝나면 삼성 일가는 배당금과 지분율을 활용해 투자 전략에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며 “상속 부담이 사라지면 그룹 차원의 현금 배분 정책, 특히 반도체와 AI 분야 대규모 투자가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처분·배당·투자 동시 가동…‘뉴 삼성’ 본격화
 
삼성전자는 오너 일가의 블록딜 공시 직후 자사주 일부 처분과 중간배당을 연이어 발표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주요 주주들의 블록딜로 인한 단기 물량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매입을 완료한 10조원 규모 자사주 중 임직원 보상용을 제외한 물량을 즉시 소각할 예정이다. 여기에 중간배당 등도 확대하면서 주주환원 의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전일 컨퍼런스콜에서 "연간 9.8조원 배당 외에도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과 소각까지 적극적인 주주환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향에 대해 지속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상속세 납부와 사법 리스크라는 이중 부담을 겪어온 이 회장은 올해로 모든 짐을 내려놓게 되면서 그룹 총수로서 보다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오너가 블록딜 소식과 함께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회복세와 맞물려 시스템반도체, 인공지능(AI), 파운드리 공정 투자를 중심으로 올해 47조원 규모의 시설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부문별로는 DS부문이 40조9000억원, 디스플레이(SDC)가 3조3000억원 수준이다. DS부문 투자는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대응을 위한 첨단공정 전환 및 라인 보완에, SDC는 기존 라인 성능 향상에 집중될 예정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긍정적인 것은 삼성전자의 투자 기조”라며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적극 집행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수요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과거 호황 시기 경쟁사보다 빠른 시설 확장에 집중하던 방식과는 달리 필요한 곳의 집중하는 전략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삼성의 자사주 매각과 배당, 투자 공시는 단기 주가 안정보다 중장기 신뢰 회복에 방점이 있다”며 “향후 4~5년은 ‘투자 중심의 뉴 삼성’ 전략이 구체화되는 시기”라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2조1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 증가했고, 매출은 86조617억원으로 8.8% 늘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2조2257억원으로 21% 상승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