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비용 부담, 카드론 규제 등이 겹치며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급성장하면서 카드 본업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카드사 실적 '뚝뚝'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029780) 당기순이익은 지난 3분기 기준 1617억원으로 전년 동기(1687억원) 대비 4.1%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는 1338억원으로 전년 동기(1734억원) 대비 22.8%, KB국민카드는 993억원으로 전년 동기(1147억원) 대비 13.4% 줄었습니다. 하나카드는 598억원으로 전년 동기(678억원) 대비 11.8%, 우리카드는 300억원으로 전년 동기(566억원) 대비 47% 급감했습니다. 현대카드는 카드사 중 유일하게 895억원으로 전년 동기(763억원) 대비 17.3% 증가했습니다.
적격비용 재산정에 따른 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힙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카드 수수료율을 0.05~0.1%p 인하했습니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다섯 번째 인하입니다. 인하된 수수료율은 지난 2월14일부터 적용되면서 카드사들의 실적 하락이 본격화됐습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각종 비용도 증가세입니다. 신한카드는 상반기 실시한 희망퇴직 비용이 대거 반영되며 순이익이 감소했습니다. 삼성카드의 3분기 대손비용은 1933억원으로 전년 동기(1711억원) 대비 12.97% 늘었고, 우리카드는 1270억원으로 전년 동기(1110억원) 대비 14.41% 증가했습니다. 국민카드는 3분기 누적 충당금 전입액이 6149억원으로 전년 동기(5478억원) 대비 10.91% 감소했습니다.
또한 정부는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에서 카드론을 규제 항목으로 포함했습니다. 과거 카드론은 '일반대출'로 분류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용대출'로 분류되면서 '연소득 범위 내 신용대출 한도'로 제한하는 등 DSR 3단계 적용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카드론은 그동안 서민들의 급전 창구 역할을 하는 '불황형 대출'로 여겨졌지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카드론까지 포괄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규제 강화 이후 카드론 잔액이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실제로 카드론 잔액은 지난 2월 42조988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 9월에는 41조8375억원으로 1조원 이상 감소했습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에 카드론 규제까지 겹치면서 카드사들이 실적 하방을 막기 어렵다"며 "카드론은 급전 창구로 서민들의 보루 역할인데 규제하면 안 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카드론으로 집을 사는 사람은 정말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극히 드물다"며 "수익이 안 나오면 그만큼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카드 혜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서울 소재 한 음식점 입구에 결제 가능 신용카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신사업 진출도 요원
카드론 규제 강화 이후 연체율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삼성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지난 3분기 0.93%로 전분기(0.98%) 대비 0.05%p 낮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는 1.5%에서 1.37%로, KB국민카드는 1.4%에서 1.21%로, 현대카드는 0.84%에서 0.79%로, 하나카드는 1.96%에서 1.93%로, 우리카드는 1.83%에서 1.8%로 각각 하락했습니다.
카드사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마이데이터, 해외 송금, AI 도입 등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 동의하에 금융 정보를 모아 기업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제도지만, 이를 활용한 구체적인 수익모델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해외 송금 서비스 역시 핀테크 기업이나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카드사들이 잇따라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습니다. 2020년 현대카드를 시작으로 2023년 롯데카드, 2024년 우리카드가 철수했고, 지난 10월에는 국민카드도 사업을 접었습니다. 카드사들이 새로운 해외 송금 모델을 도입하거나 소비자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기획하더라도, 각종 법적 규제로 인해 서비스 기획과 출시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지만, 카드사가 직접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앞서 카드사들은 제도 도입을 대비해 일찌감치 상표권 확보에 나섰는데요. 현대카드가 51건으로 가장 많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를 선점했으며 △롯데카드 36건 △KB국민카드 35건 △우리카드 9건 △신한카드 8건 △BC카드 5건 △하나카드 2건 순입니다.
다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은행이 코인을 발행하고 카드사는 유통만 담당하는' 구조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각종 규제 때문에 신사업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며 "유사한 서비스는 은행에서 경쟁력 있게 하고 있어 밀린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도 유통만 하게 되면 카드사들에겐 수익이 되는 사업모델이 아니다"라며 "개인정보 해킹 사태 이후 신뢰성 문제로 배제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