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유통업계가 연말 성수기 매출 방어를 위해 일찌감치 마케팅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백화점은 크리스마스 콘셉트의 체험형 공간과 화려한 조명 연출로 머무는 경험을 확대하고, 대형마트는 초저가 할인행사로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3사는 크리스마스 마케팅 개시 시점을 예년보다 약 2주 앞당겼습니다. 핼러윈 분위기가 약해진 자리를 연말 테마가 대체하면서 11월 초부터 매장 전체를 크리스마스 콘셉트로 전환했는데요.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조성된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 (사진=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은 서울 명동 본점과 잠실점 외벽에 약 3만 개의 LED를 활용한 '롯데타운 크리스마스 파사드'를 선보였고, 이달 20일부터는 잠실 롯데월드몰 잔디광장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운영합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에 '크리스마스 공방' 콘셉트의 체험형 공간을 마련해 방문객이 산타의 작업장과 선물 제작 공간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CJ ENM과 손잡고 명동 본점 신세계스퀘어 등에서 '뮤지컬 원더랜드' 캠페인을 진행하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캐릭터를 활용한 스토리형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백화점들이 이처럼 연말 분위기 연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뚜렷한 방문객 유입 효과 때문인데요. 지난해 겨울 시즌만 놓고 보면 신세계스퀘어에는 약 100만명, 더현대 서울과 롯데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각각 100만명과 40만명이 다녀갔습니다. 현대백화점의 체험 전시는 사전예약 첫 회차에서만 4만5000명이 몰리며 30분 만에 마감되는 등 높은 관심을 입증했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인증샷 명소로 자리 잡으며 체험형 연말 마케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대형마트는 가격 중심의 전략으로 연말 수요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이마트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쓱데이 초특가전'을 열어 한우·삼겹살·킹크랩 등을 반값 수준에 판매했고 9일까지는 그룹 계열사와 함께 최대 90% 할인 행사를 이어갑니다. 롯데마트도 '땡큐절'을 통해 주요 식품과 생필품 할인에 집중하고 있으며, 홈플러스 역시 신선식품·주류·가정간편식 등을 묶은 기획전을 연이어 선보이며 객단가 방어에 나섰습니다.
이 같은 마트의 공세는 실적 부진이 장기화된 상황과 맞물려 절박함이 커진 탓인데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올해 1·2분기 연속 역성장한 데 이어 3분기에는 전년 대비 10.1% 감소하며 낙폭이 확대됐습니다. 정부가 배포한 민생소비지원쿠폰이 편의점·전통시장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기존 마트 수요가 분산된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 업계 전반의 긴장감은 지표에서도 확인되는데요.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집계한 올해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87로, 직전 분기(102) 대비 15포인트나 하락했습니다. 업태별로는 백화점만이 기준선(100)을 웃돌았고, 대형마트(81), 편의점(83), 온라인쇼핑(87) 등 대부분 채널에서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연말은 사실상 마지막 실적 방어 구간"이라며 "백화점은 트리와 전시로 체류 시간을 늘리고, 마트는 초저가 행사를 통해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는 식으로 소비자 발길을 붙잡으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