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없는 '대통령실 국감'…배치기 싸움에 '아수라장'

초반부터 몸싸움…운영위 국감, 온종일 파행
김현지 실장 향한 온갖 의혹에 대통령실 반발

입력 : 2025-11-06 오후 5:49:32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여야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출석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끝에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업무보고 뒤 김 실장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공세를 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이 이재명정부 5개월과 전 정부에 대한 감사란 점을 강조하며 윤석열정부에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맡았던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며 맞섰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에서 정회 후 퇴장하는 과정에 충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기헌·송언석' 물리적 충돌
 
6일 열린 운영위 국감에서 채현일 민주당 의원이 "주 의원이 앉아 있을 곳은 피감기관 증인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김 실장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니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입틀막'(입 틀어막기)을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 변호인 출신 의원도 운영위에 보임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했고, 고성이 오갔습니다. 민주당 소속 김병기 운영위원장은 소란이 계속되자 오전 11시쯤 감사 중지를 선포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감을 무산시키려고 작전을 세우는 것인가"라며 국감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이에 반발한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송 원내대표를 따라가며 "왜 소리를 지르나"라며 "국감을 망치려고 하는 것은 당신들(국민의힘 의원)"이라고 맞섰습니다. 이 발언을 들은 송 원내대표는 뒤를 돌아 이 의원을 향했고, 이 과정에서 배치기 등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송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운영위 회의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송 원내대표는 "이기헌 의원은 작금의 폭력 사태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과와 더불어 향후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습니다. 또 "국회 선진화법 이후 국회 회의장 내에서 어떤 물리적 접촉이나 폭력 행위가 금지돼 있는데, 이 의원이 육중한 몸집으로 다가와 저와 부딪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이 의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 송 의원 발언은 적반하장"이라며 "몸을 던진 것은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송 의원이 '민주당이 국감을 망치려 한다'는 발언에 항의하며 걸어갔는데, 송 의원이 돌아서서 몸을 던져 나도 당황스러웠다. 피해자는 저인데 폭력배라고 하는 것에 대해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김현지 출석' 놓고 여야 난타전…대통령실도 반발
 
파행 후 속개한 국감에서도 '김현지 실장의 출석'을 놓고 여야는 공방을 이어갔습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향해 "방송에서 우 수석은 '김 실장이 국감에 출석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갑자기 말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가. 대통령의 지시인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우 수석은 "오전 중이라도 출석하려고 했는데 국회에서 거부된 것으로 알고 있다. 국회에서 증인 채택을 하면 반드시 출석시킨다는 게 기본적으로 정무수석실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실도 이날 공지를 통해 관련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대변인실은 "대통령실은 국회 결정에 따라 국회 상임위에 출석한다는 입장에 변함없다"며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1부속실장의 국회 운영위 출석이 가능하도록 경내 대기를 지시했고, 이에 1부속실장은 대통령의 경외 일정 수행 업무를 해야 함에도 대기 중임을 알려드린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의 공세는 계속됐습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김현지 실장과 관련된 9개 의혹이 있다고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그러자 우상호 수석은 "시중에 떠드는 것을 다 모아서 의혹이라며, 한 사람의 인격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의원의 특권이 아니다"라고 불쾌감을 보였습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병기 위 '김현지'…주진우 SNS에 또 '정회'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계속되는 주 의원의 공격적인 질의에 "제가 피의자는 아니다. 증인으로 대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실장에 대한 의혹 해명 장소로 국감장이 활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김 실장을 감싼다고 하는데 (김 실장은) 50명의 비서관 중 한 명일 뿐이며, 과도하게 공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실장이 오전만 출석하겠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주 의원은 국감 중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내가 김현지 출석 문제를 거론하자 김 위원장은 내 발언 중간에 끼어들어 황급히 막았다"며 "김현지가 김병기 원내대표보다 권력 서열이 위라는 것이고, 그래서 더욱더 국감과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병기 위원장은 "주진우 의원의 발언을 평가하고 싶진 않으나, 김현지 실장이 권력자니까 내가 거기에 꼼짝 못 한다고 '야지'(야유·조롱)를 넣은 것 아닌가"라며 "위원장이 위원들에게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까지 이 위원회를 해야 하느냐"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여야 의원 간 고성이 계속되자 김 위원장은 결국 정회를 선포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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