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뉴삼성’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상설 조직으로 격상한 사업지원실 안에 인수·합병(M&A)팀을 신설하면서 ‘뉴삼성’ 구축 진용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사업지원실에 미래 먹거리 발굴을 책임질 중량감 있는 조직이 배치되면서 향후 초대형 M&A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룹 핵심 부서가 속속 사업지원실에 집중되는 점 등을 들어 사실상 콘트롤타워가 부활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시됩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그룹 경영을 총괄 관리하는 조직인 사업지원실을 상설하면서 내부에 기존 전략팀, 경영진단팀, 피플팀 외에 M&A팀을 추가 신설했습니다. 사업지원실의 전신인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에도 M&A 담당 인원이 있었지만, 해당 인력을 별도의 팀으로 재편한 것으로, 무게감 있는 조직을 새롭게 구축한 것입니다. 삼성 내 M&A 전담 조직이 생긴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M&A팀의 지휘봉은 ‘빅딜 전문가’로 꼽히는 안중현 삼성전자 사장이 잡았습니다. 안 사장은 2015년부터 미래전략실, 사업지원TF 등에서 근무하며 2017년 약 9조원 규모의 하만 인수 등 대형 M&A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안 사장 외에도 임병일 부사장, 최권영 부사장 등의 전문가도 합류했습니다. 재계에서는 상설 조직으로 격상된 사업지원실 내에 M&A 팀이 추가되면서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사업 발굴을 위한 굵직한 M&A 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대전환의 흐름과 맞물려 AI·반도체, 데이터센터,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등 삼성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 지은 분야의 M&A 기대감도 커집니다.
또한 삼성전자가 미래 전략을 담당할 M&A팀을 사업지원실 내에 신설한 점을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과거 미래전략실 같은 콘트롤타워의 부활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7일 사업지원실 신설 당시 소규모 조직으로 과거 미래전략실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기에 “콘트롤타워 부활과는 무관한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지원실 내 전략팀(사업 전략), 경영진단팀(재무·리스크 관리), 피플팀(인사·조직)에 더해 M&A팀(미래 전략) 등 그룹 차원의 주요 기능을 통할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으로 실질적인 미전실 부활이라는 해석입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현재 사업지원실 조직은 과거 미전실에 있었던 7개 기능 중 법무, 홍보 빼고 다 들어온 것”이라며 “삼성그룹 각 계열사 별로 전략, 인사 등의 주요 기능이 별도로 있는데 그 위에 ‘옥상옥’ 구조의 조직을 신설해 총괄하려는 의미로 사실상 콘트롤타워의 부활로 보는 게 맞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초대 사업지원실장인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과, 사업지원실 내 전략팀장인 최윤호 사장, 그리고 이번 M&A 팀장을 맡은 안 사장 모두 미전실 출신으로 포스트 콘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더해집니다. 이에 이달 말로 예정된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정확한 사업지원실 역할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 회장의 ‘뉴삼성’이 본격 가동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삼성전자가 이번에 재무·조직 등 스탭 부서를 크게 개편하면서 판을 좀 바꾼 만큼, 홍보 라인의 변동도 예상된다”면서 “특히 기술·영업 등 필드형 부서의 변화가 주목되는데, 기술 인재와 젊은 인재의 등용 여부가 매우 중요한 관심사”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