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2년 만에 ‘최고치’…정유업계 실적 개선 기대감

정제마진 견조·전통적 성수기 맞물려
업계 ‘비정유’ 사업 체질 개선 가속화

입력 : 2025-11-14 오후 2:17:20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정제마진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1조3500억원의 손실을 냈던 정유업계는 3분기에 이어 4분기도 ‘깜짝 실적’이 예상되면서 체력 회복에 속도가 붙는 모습입니다. 업계는 이러한 실적 반등을 기반으로 비정유 사업 중심의 체질 개선에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SK이노베이션 울산 정유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최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이 배럴당 16달러선까지 오르며, 2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판매하고 남기는 평균 이익으로, 정유업계 수익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제마진 개선의 배경으로는 주요 산유국의 공급 차질이 꼽힙니다. 경유의 핵심 공급국인 러시아는 정유 설비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으면서 정제 처리량이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최근 제재를 강화하면서 공급이 더 줄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지난달 초 캘리포니아 셰브런 정유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생산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정유사의 설비 폐쇄 움직임도 공급 축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 정유회사 발레로는 하루 생산 17만배럴 규모의 캘리포니아 벤이시아 정유공장을 폐쇄하기로 했으며, 중국 국영 정유사인 페트로차이나는 노후 설비 19기를 영구적으로 폐쇄할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올해 3분기에는 주요 정유사들이 ‘깜짝 실적’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은 3042억원, HD현대오일뱅크는 1912억원, 에쓰오일은 2292억원, GS칼텍스는 3721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올렸습니다. 
 
업계에서는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제마진 흐름이 견조한 데다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전통적 성수기와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익 컨센서스는 3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5% 증가가 예상되며, 에쓰오일도 전년 대비 30% 성장한 2884억원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비상장사인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정유업계는 이번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비정유’ 사업 중심의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와 전기차용 ESS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LNG 밸류체인·해상풍력·수소·소형모듈원자로(SMR)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키우고 있으며, 친환경 항공유(SAF) 생산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윤활기유와 저탄소 제품 중심의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정제마진 흐름과 계절적 성수기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4분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정제마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을 모색 중”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창욱 기자
SNS 계정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