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기호 선임기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14일 뉴스토마토 <이광재의 끝내주는 경제>에서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부산, 광주, 여수에 ‘이건희 컬렉션’을 유치하면 도시를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지사는 “제철과 조선으로 스페인 제1부자도시였다가 1980년대 불황으로 쇠락했던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고 최고 도시가 됐다”고 소개하고, “2만3000점의 ‘이건희 컬렉션’만 오픈해도 세계 5대 미술관에 들어간다는 미술계 평가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이 전 지사는 “금융을 이끌어간 도시들이 미술을 끌어간다”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미국 뉴욕을 꼽고, “미술의 중심이 곧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민희 미니아트컨설팅 대표는 “나뉘어 있던 디자인, 건축, 순수미술파트가 지금은 서로 넘나들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젊은 MZ작가들이 등장하면서 미술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하고, “미술시장 확대가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계속 크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은 미술품을 기부하면 세금을 깎아주는데, 한국은 세무조사 한다”는 이 전 지사의 말에 정 대표는 “안타깝다”며 “주식도 미국 주식을 사는 것처럼 미술에서도 해외 작품을 사게 된다”고 말하고, “한국 미술시장이 1조원을 넘겼다가 다시 하락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정 대표는 “K컬처 중 아직 뜨지 못한 분야가 K아트”라며 “한국 작품이 독창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엄청나다”고 말하고, “국내 경매가에서 김환기 작가의 ‘우주’가 132억원이고, 그 아래로는 80억원, 60억원대”라며 “문화선진국으로 가려면 세제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홍콩이 주도하는 아트페어를 한국이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정 대표는 “이미 한국으로 왔다”고 잘라 말하고,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영국 런던 프리즈가 서울을 선택해서 5년 동안 ‘프리즈 서울’을 개최하기로 했고 이미 4년째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정민희 미니아트컨설팅 대표가 국내 미술시장과 경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 뉴스토마토)
정 대표는 “미술을 통해 일어선 대표적인 도시가 빌바오”라며 “1997년 이후 10조원의 경제효과가 있고,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기도 힘들고, 줄을 길게 서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술시장 활성화의 기본조건은 지속적인 관심”이라며 “투자로 접근하면 위험하고 지루하다”고 말하고, “우선 즐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전 지사는 “이건희 컬렉션을 만들면 세계 4~5대 미술관이 되고 관광객이 연간 300~400만명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송현동 이승만기념관 건립 시도를 꼬집었습니다. 오 시장은 시민사회의 반대에 건립 장소를 용산으로 변경한 바 있습니다.
이 전 지사는 “400만명이 몰릴 경우 주차 문제,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미술 거리를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1946년 이전 작품도 문화재가 아니라면 반출을 허용해야 인사동이 활성화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문화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경제를 일으키고, 존경 받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기호 선임기자 acts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