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1위 기은…'닫힌 조직' HUG·KIND, 투명성 최하위

13개 정책금융기관 여론조사…전국 성인남녀 1001명 대상
기업은행, 국민과의 소통 잘되는 기관 꼽혀
정책금융 역할 수행도, '신보-기은-주금공' 순
국민 3명 중 1명 ‘투명한 곳 없다’…기관별 역할·성과 양극화

입력 : 2025-11-21 오후 3:09:55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정책금융기관의 기능 재편을 위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소는 앞서 13개 정책금융기관(한국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한국무역보험공사·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한국벤처투자·한국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해양진흥공사·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을 대상으로 기금 운용, 기관장 리더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협업 기관 등을 평가했습니다. 이번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금융기관 인식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21일 <뉴스토마토>가 의뢰해 <미디어토마토>가 발표한 '정책금융기관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대부분은 주요 정책금융기관의 이름을 알고 있으며 실제 이용 경험도 적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기관의 역할 수행에 대한 신뢰도에서는 저조한 평가가 많았습니다. 주택금융·보증 등 생활 밀착형 기관은 인지도와 이용률이 높은 만큼 긍정과 부정 평가가 동시에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인프라·해운·벤처투자 등 산업정책 관련 기관은 인지도와 이용률이 전반적으로 낮은 데다 소통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 역시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역할·성과 평가, '잘하는 기관 없다' 24.8%
 
(그래픽=뉴스토마토)
 
'기관 인지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신보(11.9%)가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기업은행(024110)·주금공(각 11.5%) △산업은행(10.8%) △HUG(9.2%) △중진공(8.6%)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 이용률도 △기업은행(15.6%) △신보(14.5%) △주금공(11.2%) △HUG(9.4%) 순으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반면 "이용 경험이 전혀 없다"는 응답도 19.9%로 적지 않았습니다. 
 
산업정책 관련 기관은 인지도와 이용률 모두 낮았습니다. KIND(1.1%·1.3%), 해진공(3.3%·1.5%), 한벤투(4.8%·1.6%) 등은 정책적 역할에 비해 국민 인식이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정책금융기관 본연의 역할 수행 평가'에서는 신보(13.1%)가 가장 높았으며, △기업은행(12.5%) △주금공(10.6%) △HUG(10.4%) △산업은행(8.1%) △중진공(6.2%)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역할이 미흡해 개선이 필요한 기관은 △HUG(11.7%) △주금공(10.6%) △KIND(9.0%) 등이 차례로 지목됐습니다. 특히 주금공과 HUG는 긍정·부정 평가가 동시에 높아 주택금융기관 특유의 기대와 불만이 함께 커지는 구조가 확인됐습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24.8%는 "잘하는 기관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역할 수행이 미흡한 이유로는 '수혜 대상 제한'(22.6%)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실질적 성과 부족'(19.9%), '형식적 업무 처리'(18.4%), '비효율적 운영'(16.8%) 등이 지적됐습니다. 무보는 수혜 대상 제한 불만이 49.3%로 가장 높았고, 기보는 수혜 제한(39.2%)과 역할 미흡(23.2%) 지적이 두드러졌습니다. 한벤투와 중진공은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응답이 각각 32.8%, 30.9%로 나타났습니다. 
 
소통·투명성 평가, HUG·KIND 불신 높아
 
(그래픽=뉴스토마토)
 
'국민과의 소통을 가장 잘하는 기관'으로는 기업은행(13.3%)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고, 신보(9.6%), 주금공(8.6%), HUG(8.4%), 산업은행(7.0%), 중진공(6.5%)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29.4%는 "소통을 잘하는 기관이 없다"고 답해 전반적인 불만 수준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소통이 미흡하다고 느끼는 기관으로는 KIND가 12.7%로 가장 높았고, HUG(7.9%)와 주금공(7.5%) 순이었습니다. 소통 미흡 사유는 '홍보 부족'(해진공 54.3%, 한벤투 47.8%, KIND 45.0%), '정보 공개 부족'(수출입은행 44.8%, 기보 37.4%, 산업은행 36.2%), '의견 수렴 부족'(주금공 46.5%) 등이 꼽혔습니다. 
 
투명성 평가 결과도 유사했습니다. 투명성 미흡 응답은 HUG(10.1%), KIND(8.9%), 주금공(6.8%)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KIND는 '정보 공개 부족' 응답이 61.2%에 달해 국민 인식에서 '보이지 않는 기관'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된 모습입니다. 
 
또한 보증 심사·예산 집행·자산 관리 등 운영 구조가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기관일수록 소통 부족이 곧 투명성 불신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해진공은 해양수산부, HMM 이전 비용 논란 등이 겹치며 '예산 집행 불투명' 응답이 36.9%로 가장 높았습니다. 기보와 신보는 각각 38.5%, 37.4%가 '정보 공개 부족'을 지적했고, 자산관리공사도 '정보 공개 부족'(33.1%)과 '의사결정 불투명'(22.0%) 비중이 높아 국유재산·부실채권 관리 과정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인됐습니다. 
 
세대·지역별 인식 차 뚜렷…청년층·비수도권 신뢰도 낮아
 
18~29세 응답자의 절반 이상(50.9%)은 "(정책금융기관)이용 경험이 없다"고 답해 청년층에서 정책금융 접점 부족이 가장 컸습니다. 30대는 HUG(19.7%)·기업은행(14.2%)·주금공(12.1%), 40대는 신보(18.1%)·기업은행(15.7%)·주금공(12.5%) 등 주거·보증 중심 이용이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40대 이상은 신보·기업은행 이용이 많고, 30대 이하는 HUG·주금공 이용이 더 높아 세대 간 이용 구조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지역별로는 호남에서 산업은행 이용률이 14.1%로 전국 평균(7.2%)의 두 배에 달해 가장 높았습니다. 이는 여수·광주 등 산업단지 중심의 정책자금 수요가 집중된 데다 영남과 달리 대규모 지역은행이 부족해 기업금융을 담당할 대체 기관이 제한적인 지역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강원·제주는 '(정책금융기관)이용 경험 없음'이 38.6%로 가장 높아 수도권·영남·호남 대비 정책금융 '접근성 공백'이 컸습니다.
 
소통 관련 불만 역시 비수도권에서 집중됐습니다. '홍보 부족' 지적은 광주·전라에서 40.5%, '의견 수렴 부족'은 대구·경북이 28.1%로 나타나는 등 정책금융기관의 정보 제공과 제도 안내가 수도권보다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지역 간 정보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는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의뢰로 지난 3~4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13개 정책금융기관의 이용 현황, 역할, 소통, 투명성 등을 종합 평가했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입니다. 
 
김성태 중소기업은행장이 12일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중소기업은행)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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