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증권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신한투자증권 상장지수증권(ETF) 유동성공급자(LP) 담당자가 업무 목적에서 벗어난 선물거래를 하다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낸 사건이 마무리되고 있다. 당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이 사고에 대해 주주들에게 공식 사과했으며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해당 라인의 보직자들도 해임됐다. 검사에 나선 금융감독원은 "개인적 문제뿐 아니라 조직적 내부통제 문제가 있다"면서 매우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1년여가 지난 현재, 금감원은 '기관경고'의 조치를 전달하며 행정적 절차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피고인들을 상대로 한 법정 싸움은 신한투자증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먼저 피고인 A와 그 윗선인 B에 대해 회사는 '1300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남부지검은 이들을 '사기, 업무방해, 사(私)전자 기록 위작 및 행사'혐의로 기소했다. 선물 거래를 하다 손실이 생기자 이를 은폐할 목적으로, 스와프 거래를 했다고 증권사 시스템에 허위 등록한 혐의였다. 여기에 이전 거래에서 손실을 감추기 위해 관리회계 손익 내역을 조작한 부분까지 추가됐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동기와 방법, 그리고 죄질이 매우 무겁고, 피해자(신한투자증권)의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고, 피해자가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짚으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6개월이 줄어든 2년 6개월로 감형됐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항소심에서 개인의 탐욕이 아닌 회사의 구조적이고 조직적 압박이 발생한 범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9월11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ETF LP 업무는 수익 목적 사업이 아님에도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투자운용 부서와 동일한 성과 기조를 적용했고, 단일 성과를 중심으로 한 성과급 체계와 과도한 압박 등 당시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의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압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손익 조작은 부서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익을 추구한 여타 범죄자들의 태도와 범죄의 적합성에서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비인가 선물거래를 통해 은행의 파산으로까지 이어졌던 '베어링스 은행 사건'에 비유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내부통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책임자에게 손해배상으로 경제적 책임을 물어 '내부통제를 제대로 못 하면 경제적으로 파산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신한투자증권은 '기관경고' 조치로 신규 사업 인가에 대한 직접적 결격 사유는 피하게 됐고, 피고인들은 법적 처벌을 받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압박 문제는 여전히 금융권의 내부통제 과제로 남았다. 신한투자증권이 다양한 내부통제 개선책을 내놓은 만큼, 변호인이 지적했던 조직적 압박을 초래한 환경이 어느 정도 개선되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보라 증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