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미국이 반도체 대중 규제에 고삐를 죄는 가운데 일본이 중국향 반도체 소재 출하를 중단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 차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에 중국 업체들의 메모리 생산 속도가 늦춰진다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스 싱가포르 공장에서 로봇 팔이 웨이퍼를 옯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D램 생산능력(캐파)은 올해 웨이퍼 기준 월 25만장 수준으로 내년에는 월 30만장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로 CXMT의 캐파 확장 전략 속도가 늦춰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장비 도입 차질로 캐파 확대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이 반도체 장비 투자에 속도를 높이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홍콩 아시아타임스 등 외신들이 “일본이 지난달 중순부터 중국에 보내던 포토레지스트 출하를 전면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면서 생산 차질 가능성은 더 커졌습니다. 포토레지스트는 빛에 반응해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감광액의 일종으로, 빛을 투과해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전사하는 데 쓰입니다.
특히 캐논·니콘·미쓰비시케미컬 등 구체적인 기업명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공식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개입 의사를 밝힌 이후 중·일 갈등이 커지는 흐름과도 맞물린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일본은 글로벌 포토레지스트 시장에서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습니다. 포토레지스트는 중국의 희토류처럼 교역국을 압박하는 카드로써 활용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일본은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포토레지스트를 비롯해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수출 금지한 바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달 극자외선(EUV) 공정용 포토레지스트 테스트 표준을 발표하고, 내년까지 필요량의 40%를 자체 공급할 것을 목표로 세우는 등 자립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수입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난 2021년 일본 신에츠화학이 중국 측에 생산 제약을 이유로 포토레지스트 공급을 중단했을 당시, SMIC의 생산 효율은 약 20% 떨어졌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한국 반도체 업체들 격차 다시 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일본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면, 국내 기업들이 일본 소부장과 기술·소재 연계를 키우면서 협력 범위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보면 중국 업체들의 캐파 확대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이 내수 중심 시장을 주축으로 자립화도 이루고 있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