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신유미 기자] 정권교체 이후 한국 증시는 이재명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극복하기 위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주식시장 신뢰 제고가 국내외에 알려지면서 지수 상승에 기여했습니다. 가파른 상승을 거친 후 현재는 조정을 겪고 있지만 일각에서 75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올 정도로 한국 자본시장은 대세 상승장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보다 74.56포인트(1.90%) 오른 3994.93에 마감했습니다.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대비 62.13% 상승한 수치입니다. 코스피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20개국(G20) 주가 지수 가운데 압도적인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시가 총액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의 반도체 대형주들이 인공지능(AI) 생태계 확장 수혜를 받으면서 주가를 견인했습니다.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정책 기대감을 받으며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고, 5000선까지 바라보는 상황입니다.
2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74.56포인트(1.90%) 오른 3994.93에 마감했으며,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대비 62.13% 상승한 수치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외국인, 계엄 직후 국내 증시 '엑소더스'
지난해 12월 초 한국 증시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계엄령 선언이라는 돌발 변수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12월3일 당일에는 코스피가 미국 증시 훈풍 등에 힘입어 2500선까지 반등을 시도하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마감했지만, 장 마감 후 밤사이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다음날 주가가 급변했습니다.
계엄 직후인 12월4일, 한국거래소는 새벽 회의 끝에 국내 주식시장 정상 개장을 결정했습니다. 이날 장중 투자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1.44% 급락한 2464.00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도 1.98% 떨어진 677.15로 장을 닫았습니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하반기 내내 순매도 기조를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계엄 선언 충격이 현실화된 12월 4~6일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약 1조2430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며 시장에서 급속히 이탈했습니다. 한편 국내 기관투자가 중 연기금(국민연금)은 계엄 이후 열흘간 총 1조8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시장 방어에 나섰는데, 이는 같은 기간 투매에 나선 외국인·개인 매도 물량의 약 절반을 받아냈습니다.
정부당국 안정 조치에 시장 진정
갑작스러운 시장 혼란에 대응해 정부와 금융당국은 신속한 안정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12월4일 새벽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관계자들이 긴급 회의를 열고 시장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환시장에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를 즉시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고, 한국은행도 필요시 환율 변동성 억제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당국의 유동성 공급 선언이 나온 덕분에 극단적인 공포는 비교적 빠르게 진정됐습니다. 실제로 4일 장중 한때 2% 넘게 폭락했던 코스피는 당국 조치 발표 후 낙폭을 일부 만회하며 마감했고, 원홧값도 장중 저점 대비 상당 부분 회복했습니다. 이후 둘째 주 들어서는 정치권의 탄핵 추진 등 사태 수습 움직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다소 안정됐습니다.
12월 중순경 코스피 지수는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장중 2500선을 다시 터치하는 수준까지 반등했고 코스닥 역시 700선 재안착을 시도하며 초기 손실의 상당 부분을 되찾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반등에도 추가 상승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져 수급 부담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연말로 갈수록 상승 탄력은 둔화됐고, 일부 글로벌 요인까지 겹치며 지수는 다시 약세를 보였습니다. 12월 마지막 거래일 코스피는 2399.49로 마감해 계엄 사태 직전 대비 약 4%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고, 코스닥지수도 678.19로 한 달 전 대비 소폭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정부 교체 이후 확 바뀐 분위기
이재명 대통령이 6월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권 교체 이후 자본 시장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2000선에 불과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는 가파른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코스피 5000 달성'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내세우면서 윤석열정부 동안 지지부진하던 자본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했습니다. 코스피 지수를 5000까지 끌어올려 국민들의 자산 증식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구상입니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주식시장 같은 생산적 금융 영역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입니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를 '휴면 개미'라 칭할 만큼 각종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한 경력을 가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후보 시절 유튜브를 통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와 코스닥 150을 추종하는 ETF에 가입하면서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과 열망을 직접적으료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21대 대통령 선거일(6월3일) 다음날인 6월4일 코스피는 3% 가까이 올라 2770.84에 마감했습니다. 취임 둘째 날인 5일에는 1.49% 상승하며 취임 후 6거래일간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이재명정부는 우리나라 증시의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코스피 5000 시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은 크게 주주 보호 강화와 불공정거래 근절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7월 상법 개정안 통과하며 정책 기대감 'UP'
자본시장 활성화의 핵심 원동력으로 꼽히는 상법 개정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지난 7월 시작됐습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1차 상법 개정안이 7월 통과됐고, 다음달인 8월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포함한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6월 발족한 더불어민주당의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가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은 연내 처리를 예고했습니다.
코스피 5000 시대 개막을 위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에 당선되고 8일 후인 6월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시장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주가조작을 포함한 불공정거래에 대한 엄벌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후 7월3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세 기관이 참여하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출범했고, 현재까지 △사회 지도층으로 구성된 엘리트 그룹의 1000억원대 시세조종 △NH투자증권 임직원의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사건 등 2건을 적발했습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통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는 정부가 8월 발표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담겼습니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를 선도하는 수준으로 강세장에 진입하면서, 내년 기대감도 큽니다. KB증권은 '밸류에이션 재평가'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근거로 강세장 극대화 시 최대 7500포인트까지 가능하다고 내다봤습니다. 글로벌 IB 중 JP모건도 한국을 아시아 내 최우선 투자시장으로 꼽으며, 기본 목표 5000포인트, 강세장 시나리오로 6000포인트 돌파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공통된 강세 논리는 뚜렷합니다. △반도체·AI 주도 이익 급증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등입니다. 반면 경계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금리정책 변화 △AI 테마의 조기 피로 △대외 리스크 △지수 과열 논란 등이 변수로 꼽힙니다.
이보라·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