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가성비’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프리미엄 전기차를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비야디(BYD)가 한국 진출 초기부터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지커(Zeekr) 등 중국의 고급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상륙하면서 국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의 전략 변화는 내수시장 경쟁이 치열한데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고관세장벽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프리미엄 전동화 모빌리티 브랜드 지커(Zeekr)가 한국 시장 내 차량 판매 및 서비스를 담당할 파트너사와 딜러 계약을 체결했다. 지커 코리아 임현기 대표, 지커 동아시아 제프 차오 총괄, 지커 천 위 부사장, 지리자동차 인터내셔널 알렉스 난 CEO, 에이치모빌리티ZK 황호진 대표, 아이언EV 김민규 대표, KCC모빌리티 이상현 대표, ZK모빌리티 장인우 대표(왼쪽부터). (사진=지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에이치모빌리티ZK, 아이언EV, KCC모빌리티, ZK모빌리티 등 4개 국내 딜러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국내에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7X’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가격대는 4000만원대부터 1억원 중반대까지로 형성될 예정이며, 확실한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중국산 전기차가 공략했던 3000만원대 이하 가성비 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입니다.
지커는 볼보, 폴스타와 공유하는 ‘SEA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럽 수준의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스웨덴 볼보의 안전 기술과 설계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중국 브랜드임에도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와 동등한 기술적 기반을 갖췄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누적 판매 58만대를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입증한 바 있습니다.
BYD의 왕촨푸 회장은 올해 1월 한국 시장 진출 초기 출범식에서 "프리미엄 기술과 품질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전기차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중형 SUV '씨라이언 7' 등 고급 모델을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비전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BYD는 4월 국내 진출 후 아토3 등 가성비 모델로 10월까지 누적 3791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중 13위를 기록했습니다. 짧은 기간 내 수입차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셈입니다. 최근에는 '씨라이언 7'을 4000만원대 초반 가격에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프리미엄 전략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했습니다.
조인철 BYD 코리아 대표가 지난 1월 비야디(BYD) 코리아 론칭 쇼케이스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표진수기자)
씨라이언 7은 12스피커 다인오디오 시스템,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등 고급 사양을 탑재해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와 직접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명품 오디오 브랜드인 다인오디오는 볼보, 폭스바겐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가 채택하는 시스템으로, BYD가 사양 면에서 국산 프리미엄 전기차와 동등 이상의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중국 업체들의 프리미엄화 전략은 글로벌 관세장벽과 내수 포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중국 업체들의 전략 변화는 미국과 EU의 고관세장벽으로 주요 수출길이 막히고, 중국 내수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과 맞물려 있습니다. 관세가 상대적으로 낮고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은 한국 시장을 프리미엄 브랜드를 강조하려는 시장으로 삼아 글로벌 이미지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100% 고관세를 부과하는 등 주요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을 공략하려는 전략도 있습니다. 중국 내수시장도 100개 이상의 전기차 브랜드가 경쟁하는 레드오션으로 변하면서 해외시장 개척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딜러 계약 체결식에 참석한 천 위 지커 부사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전동화 브랜드 지커를 소개할 기회를 마련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향후 대한민국에 지커가 성공적으로 론칭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