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각각 1000억원이 넘게 들어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세빛섬의 모습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원순 전 시장 사이에서 오락가락했습니다.
건축물을 두고 두 사람의 셈법이 엇갈렸기 때문입니다. 오 시장은 DDP와 세빛섬을 '디자인서울'의 상징으로 내세웠습니다. 반면 시민사회 활동가 시절부터 대규모 토건(토목·건설) 사업에 반대해 왔던 박원순 전 시장은 DDP의 예산을 깎고 세빛섬에 대해선 감사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전경. (사진=서울디자인재단)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2006년 9월19일 서울시청은 2010년까지 800억원을 투입해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고 디자인 관련 전시장을 갖춘 '디자인 콤플렉스'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디자인 콤플렉스는 이후 DDP라는 새 이름이 붙었고, 2009년 4월 착공됐습니다. 컨벤션홀, 전시시설, 디자인정보센터, 디자인박물관 등을 갖춘, 대지면적 62,692㎡에 총면적은 86,574㎡에 달하는, 지하는 3층과 지상은 4층으로 이뤄진 초대형 건물이었습니다.
하지만 DDP가 완성되기도 전에 오 시장은 '무상급식 논란' 끝에 사퇴해 버렸습니다. 이후 보궐선거에서 당선, 2011년 10월27일 취임한 박원순 시장은 오 시장의 역점 사업에 칼을 댔습니다. 11월10일 '2012년도 희망서울 살림살이'라는 이름의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DDP를 사업 시행시기 조정대상으로 삼은 겁니다.
이에 따라 DDP 완공은 2012에서 2013년으로 미뤄졌습니다. 게다가 예산도 '반토막' 났습니다. 필요한 예산이 1521억원이었는데 799억원이 삭감된 722억원만 편성된 겁니다. 당시 박 시장은 "이번 예산안은 전시성 토건 중심의 서울시정 패러다임을 사람과 시민, 복지중심으로 바꾸는 첫 단추"라고 강조했습니다.
11월20일 서울시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외벽에 미디어아트쇼 '드림 인 라이트'가 서울의 밤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DDP는 2013년 11월30일 완공됐고, 2014년 3월21일 문을 열었습니다. 박 시장은 DDP를 △디자인 창조산업의 신제품과 트렌드를 소개하는 알림터 △전시를 통해 지식을 전파하는 배움터 △다양한 최신 트렌드의 디자인 상품과 아이디어를 사고파는 살림터 △디자인 장터 등으로 개편했습니다.
전임인 오 시장은 DDP를 컨벤션홀, 전시시설, 디자인정보센터, 디자인박물관 등으로 조성하는 밑그림을 그렸지만 박 시장은 이를 뒤집은 겁니다. 또 DDP가 100% 재정자립도를 달성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별도의 세금 투입 없이도 운영이 가능한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2020년 7월 박 시장이 사망하자 오 시장은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 수장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리고는 전임인 박 시장의 정책을 뒤엎었습니다. 오 시장은 2021년 9월15일 발표한 서울시정 향후 10년 마스터플랜인 '서울비전 2030'에서 DDP의 본래의 정체성을 되찾아 세계적인 디자인 메카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21일 DDP를 운영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은 DDP 내·외부 공간을 전면적으로 리모델링했습니다. 교육, 커뮤니티, 아카이빙을 융합한 복합문화공간이자 글로벌 플랫폼으로 바꾸기로 한 겁니다.
오 시장은 디자이서울을 내걸고 추진한 사업 중엔 세빛둥둥섬(현 세빛섬)도 있습니다. 세빛섬은 서울시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 인공섬입니다. 오 시장은 효성 등 기업들과 합작해 세빛섬을 운영하는 기업인 ㈜플로섬(현 ㈜세빛섬)을 설립했습니다. 효성그룹이 60%대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고, 서울시청 산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가 29.9%의 지분을 가진 2대 주주가 됐습니다. 세빛섬은 2009년 9월30일 착공해 2011년 9월30일 완공됐습니다. 컨벤션, 공연장, 수상레포츠 공간, 옥상정원 등으로 이뤄졌습니다.
2024년 5월10일 서울시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 형형색색 조명이 켜져 있다. (사진=뉴시스)
세빛섬도 사업비가 불어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최초에 50억원이었다가 최종적으로는 27배가 넘는 1390억원이 들어갔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전부 민간재원이지만, SH공사가 128억원을 출자했으며, ㈜세빛섬이 대출을 받을 때 239억원의 지급보증을 해줬습니다.
박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청은 2012년 7월12일 세빛둥둥섬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서울시청과 ㈜세빛섬이 맺은 사업협약이 총투자비와 무상사용기간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등 민자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된 계약이라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이후 인공섬의 이름을 세빛섬으로 바꾼 뒤 2년 뒤인 2014년 10월15일에 개장했습니다.
이후 복귀한 오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청은 세빛섬 옥상 전면 개방,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등 프로그램으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스스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2020~2022년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적자였던 세빛섬은 2023년에는 영업이익 2억원으로 흑자전환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9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