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9일 15:0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패션 플랫폼 기업 무신사가 내년 기업공개(IPO) 주관사를 선정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선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이 각각 대표주관과 공동주관을 맡았다. 하지만 무신사가 바라는 기업가치 10조원 달성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조 밸류 노리는 무신사, 선택은 '한투·KB'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했다. 무신사는 해외 증권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JP모간은 공동주관사로 선정했다. 이후 국내 증권사의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고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최종 낙점됐다. 양사는 각각 대표와 공동주관사로 IPO에 나선다.
(사진=무신사)
이번 무신사의 IPO는 주관사 선정부터 화제였다. 오랜만에 등장하는 조단위급 IPO에 새해 리그테이블 순위가 이번 IPO로 결정된다는 전망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외에도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삼성증권(016360) 등이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한국투자증권 본사와 KB증권 본사 (사진=연합뉴스,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주관을 통해 IPO 명가 재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1월까지 IPO 실적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주관 총액은 1976억원으로 7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무신사 IPO를 새해 마무리한다면 기업가치가 2조5000원대로 추산되는 에식스솔루션즈의 IPO와 더불어 두 번의 조단위 IPO를 주관하게 된다.
KB증권은 이번 IPO에서 공동주관을 맡았다. 국내 IPO 하우스 중 대형 IPO에 특화된 증권사로 평가돼 한국투자증권과 대표 주관이 될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IPO에선 공동주관만 하고 상장 이후 인수 지분 세일즈에 더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KB증권의 경우 리테일 부문에서 한국투자증권보다 높은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금융지주의 산하 증권사로서 자금 동원 환경이 더 수월한 만큼 원활한 시장 호응을 이끌어내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기업 가치 10조원 산정 '난항'
증권가에선 무신사의 기업가치를 평균 10조원으로 추산한다. 일각에선 이번 무신사 IPO PT에서 더 높은 기업가치를 제시한 증권사도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IPO 명가 중 하나인
미래에셋증권(037620)이 PT에 불참했을 정도로 IPO 주관 난이도가 높다.
문제는 무신사의 업종 분류와 기업가치 산정이다. 업종 분류를 패션 업체로 정한다면, 2024년 상장된
노브랜드(145170) 사례처럼 가치를 매길 때 주가수익비율(PER)이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PER 방식이 적용될 경우 무신사가 목표로 하는 10조원 기업가치를 위해선 주요 패션의류 상장사의 평균 PER의 5~10배가 넘는 143배라는 수치가 적용되어야 한다.
이에 시장에선 무신사의 기대치를 맞추기 위해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을 활용하거나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주가매출액비율(PSR)을 적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를 적용하고 비교기업을 패션이 아닌 플랫폼으로 정한다고 해도 현재 무신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수준을 고려하면 10조원 기업가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EV/EBITDA 방식을 적용할 경우 무신사의 2024년 EBITDA는 1970억원에 쿠팡이 나스닥 상장 시 비교기업으로 선정한 패션 플랫폼 기업 아소스(ASOS)와 부후(BOOHOO)의 평균 EV/EBITDA 25.3배를 적용하면 4조9841억원으로 계산된다.
그나마 무신사에 유리한 PSR 방식을 적용한다고 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PSR 방식은 시가총액을 총매출액으로 나눠 산출하는 방식이다. 주로 초기 스타트업 상장 시 주로 사용된다. 국내에선 지난 2023년 의약품 도매 플랫폼 기업
블루엠텍(439580)이 적용해 기업가치 산정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블루엠텍이 적용한 PSR는 2.73배에 불과했다.
무신사 롤모델 에이피알…상장 지연 가능성 염두에 둬야
결과적으로 무신사가 바라는 기업가치 10조원을 위해서는 PSR 방식을 이용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한편, 비교기업을 국내가 아닌 외국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해야 한다. 국내에는 없지만, 미국 나스닥 상장시 일부 기업이 10배 이상의 PSR를 적용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IPO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을 비롯해 국내 사례가 없는 점, 금융당의 심사 기준 강화 등 변수를 고려하면 무신사의 IPO는 시작부터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IPO 주관과 주가 유지에 성공한
에이피알(278470)이 롤모델로 거론된다.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사진=에이피알)
에이피알은 2014년 설립된 뷰티테크 기업이다. 2018년 시리즈B 단계 펀딩에서 기업가치가 2000억원으로 평가됐지만, IPO 단계에서 3조원까지 책정되며 고평가 논란이 있었다. 상장 이후 유통가능 물량 비중은 36.85%, 상장 후 6개월 후 유통가능 물량은 66.43%에 달해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도 제기됐다.
에이피알 IPO에선 발행 신주 물량을 발행 주식총수 대비 5% 수준으로 최소화했다. 상장 이후 실적을 꾸준히 유지하는 한편, K뷰티가 주목을 받으면서 지난 8일 기준 시가총액은 공모 당시의 5배에 가까운 9조7000억원 수준으로 순항 중이다.
무신사도 이전 투자 조달과정에서 발생한 구주물량 문제, 고평가 논란을 가지고 시작하는 점에서 비슷하다. 무신사는 지금까지 총 3차례의 투자 라운드를 통해 4300억원을 조달했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협조를 구해 주관사 선정도 회사가 위임받았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과거에도 대형 IPO가 수요예측 과정에서 생각보다 저조한 주문을 받아 상장이 몇 차례 지연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몇 개월전 투자를 받을 때보다 더 높은 시장 가치로 상장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라며 "케이뱅크처럼 몇 차례 미뤄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기에 그만큼 주관사의 중간 조율 능력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