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 신호탄에 재계 ‘촉각’

‘중복상장’ 티엠씨, 상장 첫날 따블
LS·HD현대 등 자회사 상장도 ‘주목’

입력 : 2025-12-15 오후 3:50:51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선박·해양 등 산업용 특수 케이블 제조업체 티엠씨가 유가증권시장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 오르면서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의 행보에도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티엠씨의 경우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중복상장 논란을 딛고 이뤄진 첫 상장인 만큼 이번 기업공개(IPO) 성과가 시장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한 까닭입니다. 여기에 최근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돌입하면서 HD현대, LS 등 대기업 자회사들의 상장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티씨머티리얼즈 코스닥시장 상장 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상장 기념패 전달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양태영 한국IR협의회 회장, 성주완 미래에셋증권 IB1부문대표, 정규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지영완 티엠씨 대표이사, 송무현 송현그룹 회장, 선우정택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티엠씨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모가(9300원) 대비 142.47% 뛴 2만2550원에 거래를 시작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티엠씨는 코스닥 상장사인 케이피에프(KPF)의 자회사라는 점에서 중복상장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중복상장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나란히 상장하는 경우를 일컫는데,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희석돼 기존 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 것입니다. 이날 모회사인 케이피에프의 경우 개장 직후 4% 올랐으나 곧바로 상승분을 반납하며 전거래일 대비 4.96% 하락 마감했습니다.
 
현재 IPO를 추진 중인 기업들은 티엠씨의 주가와 시장의 반응을 주시하는 모습입니다. 기업 한 관계자는 “투자를 하려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비상장인 상태로만 두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며 “그동안 중복상장 논란으로 상장 자체를 포기한 기업들도 많았던 만큼, (티엠씨 상장을 보고) 상장 심사 과정에서 배당이라든지 주주환원 부분을 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실제 반도체 웨이퍼 세정장비 업체 엘에스이의 경우 모회사인 엘티씨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지난 9월 상장을 철회했으며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엔무브와 코스닥 상장사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도 중복상장 논란으로 인해 상장이 불발됐습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이나 거래소 규정에서는 중복상장에 대한 명확히 정의나 법적 금지 조항이 없어 기업별로 해석에 따라 자회사 상장이 이뤄졌고 일반주주와 지배주주 사이에 이해충돌 문제가 야기되는 등 쪼개기 상장 논란이 반복된 것입니다.
 
그러나 티엠씨가 코스피에 상장하고 한국거래소 또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업계의 기대감은 커지는 모습입니다. 현재 거래소는 모자회사 중복상장 논란과 관련해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한 상태로, 관련 절차가 명문화하면 기업의 혼선이 줄고, IPO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복상장 규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대형 기업들의 상장도 줄을 이을 전망입니다. 당장 LS 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은 한국거래소 예비심사가 진행 중이며 한화에너지, HD현대로보틱스, SK에코플랜트 등은 내년 상장을 위해 주관사단을 꾸리고 예비심사 청구를 추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중복상장 이슈는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제한한 요인이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 자체는 불확실성 감소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며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그동안 관망하고 있던 대기업 자회사들도 IPO를 빠르게 추진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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