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는 초·재선…'벼랑 끝' 장동혁

당내 기류 변화에 흔들리는 리더십
공천 '당심' 반영 비율 놓고 비판도

입력 : 2025-12-16 오후 5:35:52
 
[뉴스토마토 이진하·이효진 기자]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이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잇따라 결집하며 당내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초선 의원들은 모임 대표를 선출하고, 당의 향후 진로와 쇄신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재선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 대응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현 지도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이처럼 지난 12·3 불법계엄 1년을 기점으로 당 안팎에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당내 불거진 책임론과 함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위태롭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초·재선 의원들 "'재창당' 수준의 변화 필요"
 
16일 국민의힘 재선 의원 모임인 '대안과 책임'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방선거 D-6개월,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나'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2주 전에 반헌법적·반민주적 비상계엄에 대해 국민에게 깊은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지도부에) 건의한 바 있다"면서 말문을 열었는데요. 
 
이어 "목표 지점을 향해 한 발짝씩 나갈 때 속도감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방향성이다. 보수정당으로서 핵심 가치인 자유주의와 법치주의 회복하고 이를 실천하는 정당으로 탄생해야 한다"며 "체질을 바꾸고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심 중심의 경선 룰 개정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앞서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올리는 경선룰 개정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당 안팎에선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더 세질 것을 우려해 반대 여론이 거셌습니다.
 
비상계엄과 탄핵 등 여파가 정리되지 않은 채 민심을 뒤로하는 건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재선 의원들의 지적입니다.
 
모임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토론회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지방선거를 맞이한 상황 자체가 녹록지 못하다"며 "국민의힘이 더 큰 과오를 저질러서 사과와 반성이 기본적 전제돼야 한다는 게 공통적 의견"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기는 선거를 위해서는 혁신이 가장 중요하다"며 "당 지도부가 공천 권한 내려놓기를 해야 한다. 당권을 쥐었다고 해서 공천 전횡을 일삼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초선 의원들도 이날 모임을 열고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을 초선 대표로 새로 선출했습니다. 당초 당 혁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정상 이유로 차후에 당 안팎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전임 대표인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입장문을 발표하며 공개적으로 당 쇄신을 요구했습니다. 김 의원은 초선 모임 직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민주주의에서 정치는 선거로 평가받는다"며 "분노나 구호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강성 지지층 결집을 위해 장외 집회를 이어온 지도부에게 일침을 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절실한 과제는 국민 앞에서 신뢰받는 것"이라며 "강한 투사도 필요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국민의 마음을 읽고 길을 제시하는 전략과 설계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 모임 '대안과 책임'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방선거 D-6개월,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박스권에 갇힌 '장동혁호'…리더십 시험대
 
'변화'의 요구가 커진 이유에는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날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은 20%대에 머물고 있는 당 지지율을 놓고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양향자 최고위원은 전날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회의에서 "여론조사는 과학의 영역"이라며 "최근 조사 지표는 참 많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양 최고위원은 <한국갤럽>등의 조사를 언급하며 "세 번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평균 21%로 민주당 평균 지지율은 41.6%보다 두 배 이상 낮았다"며 "더 고통스러운 숫자는 보수 진영 내 국민의힘 지지율이다. 보수 성향 응답자의 51.4%가 우리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선에서 당심 반영 비율을 높여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본선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가. 중도층이 공감하지 않는 '계엄 정당론'이 과연 도움이 되는가"라고 거듭 물었습니다. 
 
그러자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견이 있다"며 자신의 발언 뒤에 추가 발언을 요청했습니다. 그는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표현되는 여론조사의 경우 면접자 설문 방식으로, 녹음을 틀어주는 ARS 방식과 달리 샤이 보터(Shy Voter), 즉 내향적 응답 효과가 발생한다"며 "왜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와 민주당을 넘어 우리 당에서까지 우리가 뽑은 당대표를 흔들려고 하는가"라고 항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지도부 재편에 대한 언급도 나옵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MBN>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 지도부를 둘러싼 리더십 재편 가능성에 대해 "거기까지 간 거는 너무 많이 간 것 같다"면서도 "어느 지도부나 민심과 괴리되거나 선거 패배를 직면하고 있다면 당연히 그 위기의식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도부 교체'에 대해 "완전히 닫혀 있는 건 아니다"라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지금 정책적 변화를 언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다수의 국민의 뜻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며, 현재 상황에서 변화가 없다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그동안 중진 의원을 비롯해 많은 의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지금 지도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 또한 장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어 지금의 체제가 오래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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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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