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최근 고환율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를 더 끌어오기 위해 각종 외환 관련 규제를 완화합니다. 금융기관이 일정 수준으로 외화를 보유해야 하는 '스트레스테스트' 규제가 내년 6월까지 유예되고 수출기업의 원화용도 외화대출이 확대됩니다. 또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활성화도 지원합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 회의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한시적 유예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18일 이 같은 내용의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최근 환율 급등의 주된 원인이 경제 펀더멘털보다 달러가 들어오지 않고 나가기만 하는 수급 불균형에 있다고 판단, 금융기관과 기업의 달러 조달 및 유입 경로를 넓혀 시장의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외환시장에서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장기간 누적되며 최근 환율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기존 제도가 과거 위기 시 자본 유입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내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로 외화 유출이 늘어나는 최근 상황과는 맞지 않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감독 조치를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합니다. 이 제도는 위기 상황을 가정해 금융기관의 외화 자금 대응 여력을 점검하는 장치입니다. 금융기관들이 관련 기준을 맞추기 위해 영업에 필요한 수준보다 많이 보유하면서 외화가 실제 거래나 운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뒤따랐습니다.
외화대출 더 풀고…외국인 투자 넓힌다
외국계은행 국내 법인에 적용되는 '선물환포지션 비율 규제'도 기존 75%에서 200%로 완화합니다. 선물환포지션 규제는 2010년 외환시장 불안 당시 급격한 자본 유입과 단기 외화 차입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정부는 이번 조정을 통해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이 외국 본점에서 외화를 조달해 국내에서 운용하는 영업 구조를 반영, 외화 운용 여력이 제약받던 부분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수출기업이 달러 등 외화로 빌린 돈을 국내에서 쓸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집니다. 지금까지는 공장·설비 같은 시설자금에만 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인건비나 원자재 구입 등 운전자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문턱을 낮추는 조치도 포함됐습니다. 정부는 외국인이 별도의 국내 증권사 계좌 개설 없이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를 추진합니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은 별도 증빙 없이 전문 투자자로 인정받아 외환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도 명확히 했습니다.
한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기관 참석자들은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국내 금융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오는 19일 예정된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결정과 관련해서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미·일 통화정책 차별화에 따른 국내 금융·외환시장 영향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