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필두로 한 수입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현대차·기아가 주도해 온 ‘국내 텃밭’에서 수입 전기차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됩니다. 아직은 국산 전기차가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격차가 눈에 띄게 좁혀지며 내수 방어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완성차 진영의 전기차 전략 전반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테슬라 스토어에 사이버트럭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2일 국토부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20만7120대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국산 전기차는 12만2955대가 판매돼 점유율 59.4%를 기록했습니다. 수입 전기차는 8만4045대가 팔리며 40.6%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국산 전기차가 여전히 우위에 있지만 격차는 눈에 띄게 좁혀지고 있습니다.
수입 전기차 공세 중심에는 테슬라가 자리합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국내에서 5만5594대를 판매하며 수입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습니다. 전체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도 기아(5만9939대)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데다, 현대차(5만3529대)마저 앞질렀습니다. 여기에 중국 비야디(BYD) 약진도 두드러집니다. 비야디는 작년이 국내 진출 첫해임에도 4955대를 판매하며, 수입 전기차 3위에 올라 국내 전기차 확산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판매 확대에는 모델Y를 중심으로 한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이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최근 국내에 도입된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기능도 소비자 관심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힙니다. FSD는 레벨2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로 한국은 글로벌 주요 시장 가운데 7번째로 이 기능이 적용됐습니다.
전략 기지를 내줄 수 없는 현대차·기아는 대응에 나섰습니다. 현대차는 준공을 앞둔 울산 전기차 전용 신공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생산 역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기아는 화성과 광명 에보(EVO) 플랜트를 통해 전동화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제네시스는 고성능 전기차 GV60 마그마와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90 출시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다만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습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 성장률이 0.8% 늘어난 169만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와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차량 소유 개념 변화 등 구조적 요인이 겹치며 수요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 전기차의 공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완성차 업계가 내세워온 전기차 경쟁력이 소비자 선택 기준에서 재평가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의 경쟁력은 자율주행 기술이 만들어내는 미래 가치에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FSD에 대한 기대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현대차·기아는 미들급 가격대에서 상품성은 충분하지만 자율주행 기술 경쟁과 신모델 출시 시점에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국 비야디가 저가형 전기차로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