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에 ‘차-배터리 결별’ 확산…K배터리 ‘홀로서기’ 시험대

스텔란티스 연쇄 철수…JV서 단독 공장으로
ESS로 눈 돌린 K-배터리, 기회이자 ‘리스크’

입력 : 2026-02-12 오후 3:07:34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외국 완성차 기업들이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 맺은 합작법인(JV)에서 잇따라 발을 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K-배터리는 완성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합작 구조를 벗어나, 북미 현지 공장을 단독으로 운영하는 ‘홀로서기’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단독 공장 운영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비(非)전기차 시장으로 사업 축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수주 확보 여부에 따라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건설 중인 삼성SDI·스텔란티스 합작 배터리 공장 '스타플러스에너지' 현장. (사진=스타플러스에너지 홈페이지 갈무리)
 
12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3대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는 삼성SDI(006400)와 설립한 배터리 합작사 ‘스타플러스에너지(SPE)’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선택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함께 인디애나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을 단독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양사는 현재까지 SPE에 64억달러(약 9조3000억원)를 투입했으며, 지분은 삼성SDI가 51%, 스텔란티스 4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텔란티스의 ‘JV 정리’ 움직임은 삼성SDI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 회사는 앞선 6일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의 합작법인 ‘넥스트스타에너지’ 지분 49%를 LG에너지솔루션에 넘겼습니다. 출자액이 9억8000만달러(약 1조4200억원)에 달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해당 지분을 겨우 100달러(약 14만원)에 매입했습니다. 이로써 캐나다 윈저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단독 운영 체제로 전환됐습니다. SK온 역시 포드와 설립한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청산하면서 블루오벌SK의 테네시주 공장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됐습니다.
 
이처럼 해외 완성차업체들이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의 합작법인을 정리하는 배경에는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데다, 미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폐지가 겹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전기차 전략 전반을 손질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업계는 북미 생산 시설의 단독 운영이 ESS 수요 급증과 맞물리며 ‘위기 속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 최대 8기가와트시(GWh), 미 신재생에너지 전문 기업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과 7.5GWh 규모 등 다수의 ESS 신규 수주를 확보해 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LG엔솔의 경우 현지에서 이미 가동 중인 생산시설과 공급 이력이 수주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단독 공장 운영 초기에는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지만, 북미 ESS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런 전략적 전환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결국 단독 공장의 가동률과 수주 경쟁력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ESS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 업체들이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한 데다, 가격 경쟁력과 기술 차별화를 동시에 요구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JV를 단독 운영으로 전환하면 경영·생산 의사결정이 신속해지고 전략적 유연성이 커진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ESS 시장은 중국 업체가 이미 막대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한 만큼, 가격 경쟁력과 기술 차별화를 동시에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K-배터리의 ‘홀로서기’가 기회가 될지, 새로운 부담이 될지는 시장 경쟁 속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입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오세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