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3박4일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4대 그룹(삼성·SK·현대·LG) 총수가 총출동했습니다. 4대 그룹 총수가 중국을 찾은 건 12년 만인데요. 정체된 한·중 교역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논의가 불붙을 경우 대중 무역이 활기를 되찾을 전망입니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경제담당 부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새로운 항로 필요"…양국 기업 '9건의 MOU'
대한상공회의소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는 5일 공동으로 베이징 조어대에서 '한·중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개최된 이번 한·중 기업인 행사는 9년 만에 이뤄졌는데요. 조어대는 지난 1992년 한·중 수교에 합의한 장소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우리 경제사절단은 161개사 416명이, 중국 측 기업인은 총 200여명이 참석하는 등 600여명 규모의 대규모 행사로 이뤄졌습니다. 특히 4대 그룹 총수가 방중단에 함께 총출동한 건 12년 만의 일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도 자리했습니다. 대내외적 요소로 인해 경색됐던 한·중 관계가 정상 궤도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신호탄'인 셈입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기술은 빠르게 방향을 바꾸고 공급망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과거 관성에만 의존하면 중요한 점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며 "이제 새로운 항로를 향해 가야 한다. 늘 망설여지기 마련이지만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끝내 찾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고려와 송나라가 교역과 지식 순환을 통해 자국의 발전과 문화적 성숙을 도모했고, 외교적 긴장과 갈등이 있었던 시기에도 벽란도를 통한 교역과 교류는 중단되지 않았다"면서 "오늘날 우리가 다시 주목해야 할 지점도 바로 이 '벽란도 정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조업이라는 단단한 고려지 위에 서비스와 콘텐츠라는 색채와 서사를 담아서 새로운 가치를 함께 써 내려가자"면서 "성과가 양국의 발전과 지속 성장으로 이어지는 협력의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항로'와 관련해 "생활용품과 뷰티, 식품과 같은 소비재와 영화, 음악, 게임, 스포츠 등 문화콘텐츠 등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은 제조 서비스업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중 관계의 복원을 위해 제조업과 서비스·문화 분야 교류에 방점을 찍은 겁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에서 판매량과 생산량이 많이 떨어졌지만 겸손한 자세로 중국 내에서 생산과 판매를 늘려갈 계획"이라며 "이번 한·중 정상회담으로 양국의 관계가 개선되면 현대차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중 양국 간 MOU 체결도 이어졌습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양국 기업은 소비재와 콘텐츠 분야, 공급망 분야 등 총 9건의 MOU를 체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FTA 2단계 땐 '질적 성장'…적자 완화 가닥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 복원의 첫발을 '민간 교류'에서 찾는 모양새입니다. 제조 분야와 문화 콘텐츠 및 서비스 분야의 교류를 통해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건데요. 정부 측에서는 한·중 FTA 2단계 논의를 통해 뒷받침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미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30일 중국을 찾아 통상장관 회의를 가진 바 있습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장관급)는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 가속화를 위한 관계부처 대면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중 FTA 2단계 협의에 있어 이견이 되는 부분을 부처별로 풀어가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와 관련해 양측 통상장관들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추가 회의를 열어 협상의 진행 상황을 직접 점검할 예정입니다.
이 대통령 역시 이번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양국 정부가 한·중 FTA 서비스 투자 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을 위해 속도를 내기로 한 만큼 기업 간 협력에도 의미 있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중 양국은 1992년 수교 체결 후 2015년 FTA 체결을 통해 교역 규모를 키워왔습니다. 1992년 수교 당시의 교역액은 63억7000달러인데, 2024년 기준 교역액은 약 3000억달러로 43배나 증가했습니다. 다만 대중국 교역에 있어 △전자집적회로 △반도체·전자기기의 부품 △환식탄화수소 △평판디스플레이 모듈 △반도체 보울이나 웨이퍼 등이 전체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3년 사이 대중국 교역에 있어 지속적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FTA 2단계 협상을 통해 적자를 해소하고 한류에 힘입어 교역의 구조 개선을 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유통·문화 콘텐츠 등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될 경우 대중 경쟁력도 상당할 전망입니다. 또 한한령(한류 제한령)의 해제가 성사된다면 K-콘텐츠 등의 수출길도 열릴 가능성이 큽니다.
베이징=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