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유지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축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마약 카르텔 척결을 내세웠으나, 이면에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장악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두로 체포 작전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에 대한 통제 의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중남미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미국의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돈로주의(Donroe Doctrine)'의 의도도 엿보입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 원유시장과 외환시장에는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입니다. 베네수엘라 사태가 유가와 환율 변동성을 키우게 되면 한국 경제 전반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상황 전개와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입니다.
"석유 되찾겠다"…결국엔 '자원 패권 경쟁'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코노미스트>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 군사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던 집권 2기 안보 기조를 깨고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을 단행한 배경을 놓고 일제히 '석유'를 지목합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석유 부활 계획은 1000억달러짜리 도박"이라고 지적했고,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이제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에 필요하다면 지상군도 투입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 이면에 석유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베네수엘라가 처신을 똑바로 안 하면 2차 공격을 할 것"이라며 석유와 베네수엘라 재건에 필요한 것들에 대한 "완전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에 매장된 석유 자원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엔 "우리가 모든 것을 운영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앞서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체포 작전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도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에 대한 통제 의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회주의 정권이 강탈해 간 미국의 석유 시설을 되찾겠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석유 회사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심각하게 망가진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고 국가를 위해 돈을 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확인된 원유 매장량만 2025년 기준 3032억배럴로 세계 1위 보유국입니다. 미국 외교협회(CFR)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과거 원유 수출 물량의 약 절반을 미국에 공급했으며, 이는 당시 미국 전체 원유 수입의 약 10%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중이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 1999년 우고 차베스 집권 이후 석유 산업을 전면 국유화하고 외국 자산 몰수에 나선 영향입니다. 당시 미국 대형 에너지 기업인 엑슨모빌과 코노코필립스 등은 수조원 투자한 자산을 강제 몰수당했습니다.
결국 이번 마두로 축출은 석유를 위한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은 단기간에 늘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미국은 이번 조치로 '유가 변동 대응 카드'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유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베네수엘라 석유 자산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통제권 강화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물가 안정 기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정학 리스크에 불확실성 증폭…정부 "한국 경제, 영향 제한적"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에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통상 산유국의 지정학적 불안이 높아지면 석유 공급이 위축되면서 국제유가가 오릅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으로 국제유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봅니다. 다만 베네수엘라가 오랜 독재 정치로 생산능력이 제한돼 산유국으로서 국제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기에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오히려 향후 미국 기업이 베네수엘라에서 석유 생산을 늘릴 경우 공급 과잉이 나타나 중장기적으로는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실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전 세계 1위이지만, 막대한 원유 매장량 대비 실제 생산량은 미미합니다. 미국의 봉쇄 및 제재 여파로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0만배럴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유조선의 출입이 봉쇄되면서 올해 들어 석유 수출이 사실상 완전히 마비됐으며, 원유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여서 감산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환율도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 달러를 지불해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원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원·달러 연평균 환율은 1422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였던 2008년 수준(1395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을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베네수엘라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한국의 대 베네수엘라 수출 비중도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날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부 주재로 긴급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국내외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향후 상황 전개와 금융시장·실물경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4일(현지시간) 미 버몬트주 브래틀버러에서 "석유가 마약, 트럼프는 밀매범" 등 손팻말을 든 시위대가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