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AI가 흔든 금산분리)①SK, 금산분리 완화 첫 시험대

지주사 전환 후 2020년 증권 등 금융계열사 매각
투자비 5배 급증 속 용인 공장 600조 투자 계획
SPC 통한 외부 자본 유치 논의 급물살

입력 : 2026-01-13 오전 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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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국정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금산분리 원칙의 예외적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차단해 온 금산분리 제도는 40년 넘게 유지돼 온 핵심 규제다. 다만 대규모·장기 투자가 불가피한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현행 제도가 투자 구조의 유연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재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IB토마토>는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실제 기업들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련 기업들의 재무 구조와 투자 전략을 중심으로 점검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사진=SK하이닉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SK(003600)그룹은 일반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2017년 SK증권(001510) 등 금융 계열사를 잇따라 매각했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핵심 계열사 SK하이닉스(000660)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을 발판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유례없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 역시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 한해 금산분리 제도 완화를 추진하면서 투자 재원 조달 방안을 놓고 선택지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 금융 계열을 정리하며 금산분리의 직격탄을 맞았던 SK가 이번 반도체 초대형 투자 국면과 규제 완화 기류 속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금산분리 규제 직격탄 맞았던 SK, 반도체 초대형 투자에 다시 시험대
 
9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정부가 추진 중인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사업이 AI 확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을 타고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부상하면서 투자 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투자 재원을 기존 방식만으로 안정적으로 마련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앞서 SK그룹은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SK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잇따라 매각한 바 있다. 산업 지주사는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이 은행 등 금융회사를 소유하거나 지배할 경우 계열사 지원을 위한 자금 왜곡이나 금융 리스크의 내부 전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만들어졌다. 1982년 은행법 개정을 계기로 도입된 이후 공정거래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으로 확장되며 재벌의 금융 지배를 제한하는 안전장치로 작동해 왔다. 특히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규제가 더욱 엄격하게 적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AI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면서 투자 규모뿐 아니라 속도 역시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중이다. 얼마나 빠르게 자금을 확보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투자 규제 개선을 통해 자금 조달 구조를 유연하게 만들고 투자 집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시장 안팎으로 커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투자 방식의 선택지가 넓어질 경우 경기 상황이나 재무 부담으로 인해 투자 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포함한 첨단산업 투자의 실행 속도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역시 과거와 달리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사업 타당성과 투자 필요성, 재원 부족이 입증될 경우 금산분리 규제에도 예외를 두는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금산분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의 대책이 지주회사가 금융업을 하는 증손회사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보유 요건을 현행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6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장기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다. SK그룹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활용한 프로젝트 단위 투자 구조안을 제시 중이다. SPC는 금융상품 판매나 자산운용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반도체 공장과 같은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한시적 법인이다. 외부 자본이 참여하더라도 기술과 운영 주도권은 기업이 유지하면서 자본 부담과 투자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적용할 경우 SK→SK스퀘어(402340)→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증손회사 지분을 50%만 보유한 상태로 투자 유치를 위한 금융 목적의 SPC를 설립할 수 있게 된다. 이후 해당 SPC가 공장을 건설하고 장비를 매입하면, SK하이닉스는 임차료를 지급하고 공장과 설비를 사용하는 구조가 가능해지면서 기존보다 투자 집행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부 경제단체와 학계에서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력 집중과 금융 리스크 전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반도체 투자를 명분으로 내세운 금산분리 완화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명확하지 않다”며 “재벌 지배력 강화와 공정한 시장질서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비 5배 증가에 차입·증자 한계…"SPC 통한 외부 자본 조달"
 
SK그룹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과 AI 메모리 수요 폭증으로 당초 발표한 투자 계획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실제 클린룸 1만평 기준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비는 2019년 용인 클러스터 발표 당시 7조 5000억원 수준이었으나, 2024년 10월 가동에 들어간 청주 M15X에서는 20조원으로 2.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용인 클러스터 전체 투자비는 120조원에서 600조원으로 5배 늘어났다. 물가 상승과 공정 미세화에 따른 장비 비용 증가를 감안하면 향후 투자비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선점에 성공하며 실적 측면에서도 사상 최대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AI 메모리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에 따른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64조 3200억원, 영업이익 28조 3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4년 연간 기준 최고 영업이익이었던 23조 4673억원을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예상 매출은 151조 2440억원, 영업이익 87조 93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도 바라보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호실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생산 능력 확대가 필수적이다. 결국 SK 입장에서는 AI 확산과 공정 미세화로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상황에서, 투자 시기와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할 경우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기존 차입과 증자 중심의 자금 조달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판단 아래, 규제 완화 필요성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SK그룹 측은 <IB토마토>에 “금융리스업 예외 적용 등 규제 완화가 금산분리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며 “금융상품 판매나 자산운용 기능을 수행하는 회사가 아니라 반도체 공장과 같은 대규모 생산시설에 투자하기 위한 한시적 구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거나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수단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외부 차입이나 유상증자와 같은 기존의 자금 조달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대규모·장기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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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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