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유지웅 기자] 지난해 말 외환당국의 고강도 구두개입에도 새해 원·달러 환율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1460원대로 올라섰습니다. 환율 상승의 배경에는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 영향이 컸습니다. 고환율 흐름 속 고물가 우려가 커지면서 이달 기준금리 방향도 동결에 무게가 실립니다. 여기에 이란 반정부 시위의 확산과 미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 등으로 국제 원유 시장에 불안감도 흐르면서 새해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대외 변수가 커지는 양상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당국 개입에도…환율, '1470원 문턱'
1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7원 오른 1461.3원에 출발해 10.8원이나 오른 1468.4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연말 외환당국의 고강도 구두개입과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로 상승세가 잠시 주춤하며 지난달 29일 1429.8원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새해 들어 다시 오름세가 뚜렷하면서 지난 9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50원대를 돌파했고, 이날엔 결국 1460원대를 넘어서며 1470원 목전에 다가섰습니다.
새해 환율 상승 원인으로는 달러 강세가 꼽힙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00선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날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06% 오른 99.194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의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온 것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습니다. 실제 지난 9일(현지시간) 발표된 지난해 12월 미국 실업률은 4.4%로, 시장 전망치(4.5%)를 밑돌았습니다.
여기에 일본의 조기 총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재정 불안 우려가 커진 점도 엔화 약세를 부추겼습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 영향으로 158.16엔까지 오르며 전 거래일보다 0.27엔 상승했습니다.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원화 약세 압력 역시 확대됐다는 분석입니다.
베네수엘라 이어 이란도…지정학 리스크에 불안한 유가
환율뿐 아니라 유가의 움직임도 불안합니다. 연초부터 베네수엘라, 그린란드, 이란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부상하면서 국제유가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로 인명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부의 시위대 유혈 진압에 대해 군사적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이후 국제유가는 소폭 상승했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이란은 일평균 약 326만배럴(2024년 기준)의 원유를 생산하는 OPEC 내 생산량 3위에 해당하는 산유국입니다. 다만 오랜 기간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이란산 원유가 국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이란 정부가 이에 저항하고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가격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관측입니다.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사적 갈등이 확대된다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원유 공급선이 막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이날 "이란 사태 속에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환율·집값 불안에…1월 기준금리 '동결' 무게
이란발 지정학적 불안은 유가 상승과 함께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한국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특히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당장 오는 15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입니다. 고환율·고물가 우려는 커지고, 주택 시장 안정세는 여전히 뚜렷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수출 호조와 내수 개선 전망으로 경기 부양에 대한 명분도 줄었습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날 발간한 '1월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한은이 대출 규제 강화에도 수도권 부동산 가격 강세 지속, 높은 원·달러 환율 수준 등을 고려해 오는 15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한은 역시 최근 발표한 '2026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에서 기준금리 동결 국면을 상당 기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대내외 여건이 갈수록 금리 동결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에, 금융 안정 측면에서 걸림돌도 여전하다"며 "올해 상반기까지 별다른 금리 변동이 없다면 내년까지도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새해 들어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1460원대까지 올라간 가운데, 지난 11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시세가 나오고 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