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 회장, 호화출장·이중급여 '반쪽' 사과

입력 : 2026-01-13 오후 5:36:31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최근 정부 특별감사를 통해 드러난 '호화 출장'과 '이중 급여'에 대해 고개를 숙였지만, '반쪽' 사과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농민신문사 회장직 등 문제가 된 겸직 자리에서 물러났을 뿐 중앙회장직을 유지한 데다 출장 숙박비 초과 지출 등 개인 비위에 대한 책임은 회피했습니다. 또 기자들을 불러모아 대국민 사과 회견 형식을 빌리면서도 정작 질의는 받지 않는 등 일방통행에 그쳤습니다.  
 
"농민신문사 회장직 등 겸직 사임"
 
강 회장은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중회의실에서 대국민 사과회를 열고 농림부 특별감사 결과에 대해 "농업인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시켜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또한 "중앙회장이 관례에 따라 겸직해온 농민신문사 회장직을 내려놓고 농협재단 이사장직도 사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농협 임직원들이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조직 쇄신과 제도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지난 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농협중앙회 특별 감사에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강 회장은 용퇴 결정을 밝히며 함께 책임을 통감하는 차원에서 전무이사와 상호금융대표이사, 농민신문사 사장 등 핵심 임원들도 자진 사임을 표명했다고 전했습니다. 강 회장은 "본인의 책무인 농업 및 농촌 발전과 농업인 권익 증진을 위한 활동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회장은 최근 정부 감사 지적에 대한 수습책도 내놨습니다. 해외 출장 시 일일 숙박비 250불(한화 36만원)을 초과해 집행한 비용 건에 대해서는 "상한액을 초과한 비용 전액을 개인적으로 환입 조치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의 농협 개혁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농협개혁위원회'도 구성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중앙회장 선출 방식 및 지배구조 개선과 농축협 조합장 및 임원 선거제도 개혁, 조합 경영의 투명성 제고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해당 위원회는 법조계, 학계, 농업계,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로 구성되며 위원장 역시 외부 전문가 출신으로 선임할 예정입니다.
 
강 회장은 "정부의 농정 대전환 정책에 적극 동참해 농협 본연의 역할을 흔들림 없이 이행하겠다"며 "농산물 유통 구조의 근본적 개혁과 스마트 농업의 현장 확산, 청년 농업인 육성 등 농정 과제와 농협 사업을 연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앙회장직 유지한 채 꼬리 자르기 
 
강 회장은 자신의 비위 등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중앙회장직은 유지했습니다. 실질적인 업무 없이 급여만 챙겨온 겸직들만 가지 쳐내기 하고 막강한 권한을 가진 중앙회자장은 이어가겠다는 것이어서 쇄신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강 회장의 입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본질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농협 개혁의 핵심 타깃이 바로 중앙회장 1인에게 집중된 '제왕적 지배구조'와 방만 경영의 폐해이기 때문입니다. 
 
농협 개혁은 농협법 개정을 통해 회장 선출 방식의 공정성을 높이고, 비상임 조합장의 무제한 연임을 제한하는 등 지배구조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농협이 회장 개인의 조직이 아닌 조합원과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농협 개혁의 대상인 회장이 오히려 "개혁을 위해 남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이중 급여와 호화 출장 의혹 등은 실무진의 판단을 넘어 회장 본인의 도덕적 해이와 직결된 사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문제의 중심에 선 회장은 책임에서 쏙 빠진 채, 실무진인 대표이사들의 사퇴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결국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장의 인적 쇄신 없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고강도 구조 개혁이 반쪽짜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국민 사과가 요식 행위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 회장이 사과문 읽은 이후 별도 질문을 받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정부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공식적인 질의응답을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회장 본인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자리에서조차 질문을 받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역대 회장들 개인 비리 발생 시 '사퇴'
 
농협중앙회장은 전국 1100여개 지역 농협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이른바 '농민 대통령'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역대 회장들은 금전 비리로 얼룩져 자리에서 물러난 전력이 있는데요. 초대 민선 회장인 한호선 전 회장을 시작으로 원철희·정대근 전 회장까지 역대 회장들이 비자금 조성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되거나 임기 중 사퇴하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이날 강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도 그만큼 사안이 위중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농협 개혁이 필요하다고 공개 발언한 데 이어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11일 이재명 대통령은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협 문제를 직접 거론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농협은 진짜 문제다. 선거 과정에 불법도 많고 구속되고 수사하고 난리더라"면서 "필요한 것은 수사를 의뢰하고 감사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회장 차원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지난 2014년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 때입니다. 당시 최원병 전 농협중앙회장은 대국민 사과 직후 사고 경위와 후속 대책에 대한 질의응답을 별도로 진행한 바 있습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각종 비위 의혹과 조직 운영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강 회장의 이중 급여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강 회장은 비상근직인 중앙회장으로 연 4억원 가까운 급여를 받고 상근직인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며 연 3억원 이상을 추가로 받아왔습니다. 농민신문사 퇴직 시에는 수억 원의 퇴직금도 별도로 지급됩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중앙회장이 관례적으로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면서 양측에서 고액의 급여와 퇴직금을 받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하겠다며 형사사건 수사 의뢰 2건을 포함해 부적절한 기관 운영 사례 65건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해당되는 건이 각각 43건, 22건으로 현재 추가 감사가 예고된 상황입니다. 
 
본인의 거취에 대한 직간접적인 설명이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장직은 조합원들이 선택한 선축직이자 비상임직이라는 특수성이 있고 무엇보다 농협의 자율성이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며 "지금은 농협 개혁이 화두인 만큼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회장이 중심을 잡고 자리를 지키며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특별 감사를 통해 드러난 '호화 출장'과 '이중 급여' 논란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통보에 그치면서 반쪽 사과에 그쳤다. 사진은 강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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