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 전기차 가격 하한제 적용…현대차·기아 ‘호재’

EU, 관세 수준 ‘최저 가격’ 등 조건 제시
초저가 공세에 제동 걸린 중국 완성차들
가격·상품성 갖춘 현대차·기아에는 ‘유리’

입력 : 2026-01-13 오후 3:16:20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대신 ‘최저 판매 가격제(가격 하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유럽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의 초저가 공세에 제동이 걸린 반면, 가격과 상품성을 동시에 갖춘 현대차·기아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1일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EU 집행위원회는 12일(현지시각) 중국 전기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기존에 부과해온 고율 관세를 ‘가격 하한’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 조건을 담은 서면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지침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EU에 전기차를 수출할 때, 관세를 부과받는 대신 일정 가격 이하로는 판매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하한선을 제시해야 합니다. EU가 최저 판매가격 기준을 검토해 승인하면 관세 적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13일 상무부 발표를 인용해 EU가 전기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가격 약정’과 관련한 일반 지침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중국 업체들의 ‘초저가 전략’이 사실상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최대 강점이었던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가격 대신 사양과 품질을 앞세운 전략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유럽 시장에서 이미 브랜드 인지도와 품질 경쟁력을 확보한 현대차·기아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주행거리와 안전 사양, 소프트웨어 경쟁력 등을 고르게 갖춘 모델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중국산 전기차와 가격 격차가 좁혀질 경우 사양 경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경쟁이 치열했던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의 균형을 갖춘 완성차업체들이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초저가 공세에 제동이 걸리더라도 중국 업체들이 가격 하한제에 맞춰 사양을 대폭 끌어올린 모델을 내놓을 경우 경쟁이 오히려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가령 3만달러에 판매하던 전기차를 가격 하한제로 5만달러에 팔아야 한다면 중국 업체들은 해당 가격대에 맞춰 옵션을 대폭 강화한 모델을 내놓을 수 있다”며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유럽 시장에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는 “사양이 좋아지더라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신뢰와 브랜드 인식의 한계가 여전해 소비자 선택은 갈릴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EU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과잉 지급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저해된다는 이유로 2024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17.8%~45.3%의 관세를 부과해왔습니다. 이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럽 수출 시 판매가격 하한을 자발적으로 설정하겠다는 방안을 EU에 제안해왔고, 관련 협의가 이날 이뤄졌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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