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파노라마)중수청 논란에 공수처는 '뒷전'

중수청 법안에 9대범죄·수사 우선권…'검찰개혁 선발주자' 공수처와 겹쳐
수사 경합은 예견된 일?…'중수청이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어

입력 : 2026-01-18 오후 2:35:31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중대범죄수사청이 9대 중대범죄 수사에 관한 우선권을 갖는 방향으로 정리되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의 수사 중첩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검찰개혁을 위해 추진되는 중수청 설치와 '수사권 분산'이 자칫 수사기관만 늘리는 '옥상옥'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중수청 비대화' 흐름 속에서 공수처에 힘을 실어주는 공수처법 개정안까지 뒷전으로 밀리자 일각에선 이를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지난해 11월26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뉴시스)
  
올해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기소와 수사 기능이 각각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이런 조직 개편에 앞서 지난 12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이번 개편은 검찰의 비대한 권한을 분산하되, 중수청을 신설해 중대범죄 대응 역량을 전문화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중수청이 수사할 수 있는 9대 범죄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 △사이버 범죄 등입니다. 특히 중수청법에선 중수청이 공소청 소속 공무원, 경찰공무원, 공수처 소속 공무원이 범한 범죄 등도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아울러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됐습니다. 수사 우선권을 갖게된 겁니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중수청의 방대한 수사 범위는 공수처의 수사 범위와 필연적으로 겹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두 기관 모두 특정 범죄에 대한 '수사 우선권'을 갖는 탓에 향후 수사 경합에 따른 혼선, 법적·실무적 충돌 우려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대통령·국회의원·판검사·경무관 이상 경찰 등 고위공직자 및 가족에 대해 특정 범죄(직권남용·뇌물·공무원직무 관련 범죄 등)를 수사할 수 있습니다. 공수처는 애초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태동했습니다. 그런만큼, 공수처 역시 공수처법 제24조에 따라 공수처의 수사 대상과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에 대해 사건 이첩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공수처의 이첩 요청을 받은 수사기관은 즉시 이에 응해야합니다. 게다가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의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엔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합니다.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은 검찰의 기존 기능인 '중대범죄 수사'와 '공소 제기·유지' 기능을 나눠 수행한다. (사진=뉴시스)
 
수사 경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명에 나섰습니다. 추진단은 "중수청과 다른 수사기관 간 수사 경합이 발생할 경우, 중수청이 사건 이첩을 요청하거나 반대로 이첩할 수 있도록 규정해 혼선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공수처 사건에 대해서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며 예외를 두었습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중수청에 힘이 실리게 된 만큼 수사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학과 교수는 "중수청이 사건 이첩을 요청하는 '다른 수사기관'이라는 것엔 경찰 뿐만 아니라 공수처도 포함된다. 추후 수사 경합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경찰의 경우는 (중수청이 사건) 이첩을 요청하면 이첩해야한다. 하지만 '검사' 사건이 중수청에 접수됐을 경우엔 어떻게 될 것 같으냐.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려면 중수청이 검사 사건을 이첩을 해야 하는데, 법엔 '중수청이 이첩을 해야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짚었습니다.  
 
경찰 사정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중수청이 수사 전반의 주도권을 잡게 되면서 경찰과 공수처가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존재감 싸움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공수처 쪽에서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됩니다.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넓히고 정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수처법 개정안도 최근 공소청·중수청법 제정 논의와 '2차 종합특검' 이슈에 밀려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뒤처진 상태입니다. 공수처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고위공직자 수사는 공수처가 전담한다는 식으로 수사 범위를 명확히 나누어 놔야만 한다"며 "안 그래도 인력 부족과 실적 압박에 시달려온 공수처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이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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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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