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심사를 앞둔 가운데 한국거래소의 시가총액 산정 방식 손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기존에는 한국거래소가 국내 시가총액이 자사주를 포함해 산출해온 관계로 일부 기업의 실제 가치를 왜곡한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나아가려면 이 같은 시가총액 산정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일 국회 등에 따르면 오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심사합니다. 민주당은 적어도 주주총회 시즌 전까지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현재 한국거래소의 시가총액 산정 방식이 발행주식 수에 자사주를 포함하고 있어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의 기업가치가 실제보다 과대평가되는 왜곡 현상을 초래한다는 점입니다. 자사주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이 아니라 자기자본에서 차감되는 항목으로 분류됩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자본시장에서는 자사주를 취득하는 순간부터 발행주식 수에서 제외해 시가총액을 산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자사주까지 포함해 시가총액을 계산하고 있어, 시가총액 산정 체계가 수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자사주 비중이 40%를 웃도는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자사주를 발행주식 수에서 제외하면 시가총액이 현재보다 절반가량 낮아집니다. 54.2%의 자사주를 보유한 인포바인의 경우 2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2411억원에 달하지만, 자사주를 제외하고 시가총액을 다시 계산하면 1100억원 수준이 됩니다. 53.1%의 자사주를 보유한 신영증권 역시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조광피혁과 일성아이에스, 텔코웨어 역시 자사주를 제외할 경우 현재 시가총액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듭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사주는 회사가 현금을 써서 매입하는 순간 자기자본에서 차감되는 항목으로 회계적으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주식과 같다"며 "그럼에도 한국만 자사주를 그대로 발행주식 수에 포함해 시가총액을 계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실제 기업가치보다 시가총액이 과도하게 커 보이는 착시가 발생한다"며 "이 같은 구조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거래소도 이러한 시가총액 왜곡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가총액은 통상 발행주식 수에 주가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돼왔다"며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실제 기업가치와 괴리가 발생해 시가총액이 크게 보이는 착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자사주 보유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기업은 시장 내에서도 일부에 불과하다"며 "현행 제도상 자사주는 발행주식 수에 포함되는 만큼 시가총액 산정 방식을 거래소가 임의로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자사주 소각 기준이 제도적으로 명확해지면서 시가총액 산정 체계가 정비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발행주식 수 자체가 줄어들게 되고 시가총액 역시 이를 반영해 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거래소 역시 글로벌 기준에 맞는 산정 체계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에는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하고, 기존 자사주 역시 18개월 내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자사주 처분 계획은 매년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사 개인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