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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29일 15:3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SK온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배터리 업황이 꺾이면서 실적 개선 시점이 늦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기대했던 회수 시나리오도 안갯속에 빠졌기 때문이다. 당장의 원금 손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수익률 훼손과 회수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온 주요 FI 가운데 MBK 컨소시엄과 한투PE 컨소시엄의 투자회수(엑시트) 플랜이 엇갈렸다. MBK 컨소시엄은 ‘조기 엑시트’ 수순을 밟으며 연 2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반면, 한투PE 컨소시엄은 SK그룹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택했다. 향후 배터리 업황 회복 여부에 따라 최종적인 수익률이 갈리겠지만, 지난해 4분기 SK온의 배터리 부문 실적 악화가 확인되면서 현재까진 MBK 컨소시엄이 완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조지아주 SK온 배터리 공장 (사진=SK온)
MBK는 엑시트, 한투PE는 동행…FI 선택 엇갈려
MBK 컨소시엄은 2023년 블랙록, 카타르투자청, 힐하우스캐피탈 등 해외 FI와 함께 약 1조6000억원을 SK온에 투자했다. SK온 전환우선주(CPS)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연 7.5% 수익률 보장과 2026년까지 IPO를 전제로 한 수익 구조를 설정했다.
그러나 배터리 업황 둔화와 실적 부진으로 상장 가능성이 낮아지자, MBK 컨소시엄은 전략을 수정했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MBK 컨소시엄이 보유한 CPS를 현금으로 조기 상환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지난해 8월 MBK 컨소시엄은 협상 끝에
SK이노베이션(096770)이 MBK를 포함한 FI들의 CPS를 주당 7만245억원에 매입하는 조건으로 엑시트했다. 결과적으로 MBK 컨소시엄은 초기 투자 당시 SK온의 CPS를 주당 5만5000원에 매입한 것과 비교하면 약 1300억원의 투자 차익을 남겼다.
반면 국내 FI 축인 한투PE 컨소시엄의 선택지는 달랐다. 한투PE와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를 중심으로 한 한투PE 컨소시엄은 SK온 FI 지분 정리 과정에서 전액 현금 회수 대신, SK이노베이션이 발행한 6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일부 자금을 재투자했다.
관련 업계에선 두 컨소시엄의 선택이 갈린 배경에는 FI 성격 차이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MBK 컨소시엄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참여한 구조로, 사전에 설정된 수익률과 회수 시점에 대한 규율이 비교적 명확했다. IPO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는 현금 상환이 합리적인 선택지였던 것이다. 반면 한투PE 컨소시엄은 국내 정책·기관 자금이 섞인 구조로, 회수 기간과 방식에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있었다는 평가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배터리 실적 악화로 SK온 투자자 전반이 좋지 않은 상황인 건 맞지만, MBK 컨소시엄은 조기 엑시트를 통해 단기 수익을 극대화했고, 한투PE 컨소시엄은 원금 회수보다도 중장기적인 회수 여지를 남기는 선택을 했다”라며 “회수 수익률만 놓고 보면 MBK 컨소시엄의 완승이지만 한투PE의 2차전지에 대한 중장기 투자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투PE, 뼈아픈 2차전지 투자…장기투자 전략 빛 볼까
한투PE는 그간 2차전지 산업 전반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왔지만, 캐즘이 장기화되면서 결과는 좋지 않았다. SK온 투자를 전후해
제일엠앤에스(412540),
탑머티리얼(360070), CIS케미칼, 덕산일렉테라 등 다수의 2차전지 밸류체인 기업에 투자해 왔지만, 거래정지·IPO 철회 등으로 성과가 가시화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일례로 제일엠앤에스의 경우, 2024년 4월 상장 후 1년 만인 2025년 4월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50억원 규모의 어음 부도 발생, 151억원 CB 미상환으로 유동성 위기가 급격히 불거져 결국 수원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한투PE는 두 차례에 걸쳐 제인엠앤에스에 360억원을 투자했다. 2020년 말 제일엠앤에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1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 50억원어치를 인수했고, 2022년 말에는 210억원 규모의 CPS를 인수했다. 이 가운데 2020년 말 투자한 자금은 제인엠앤에스가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장내 매각 등을 통해 회수했지만, 나머지 210억원 규모의 CPS는 대부분 묶인 상태다.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제인엠앤에스 사정을 고려하면, 투자금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2023년 500억원을 투자한 탑머티리얼은 2024년 적자에 이어 지난해에도 시스템 엔지니어링 수주 감소와 전극소재 판매 부진으로 인해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지난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약 85억원으로 6억원 수준이던 적자가 1년 만에 10배 이상 커졌고, 하반기에도 적자 폭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CIS케미칼의 경우 전기차 캐즘으로 2024년 말 코스닥 상장을 철회했고, 덕산일렉테라의 모회사인 덕산테코피아도 2024년 302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지난해 매분기 1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2차전지 기업들이 로봇용 배터리 수요 증가를 예상하는 전망과 맞물리면서 반등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그간 2차전지 산업 전반에 두루 투자한 한투PE 입장에선 최근 시장이 캐즘 극복 조짐을 보이면서 중장기 투자 전략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란 진단도 뒤따른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2차전지 업종이 로봇 테마의 영향을 받아 전체적인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 로봇 관련 2차전지 수요는 미미한 단계”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상용화 단계가 얼마나 앞당겨지느냐에 따라 실질적인 2차전지 수요도 좌우될 것”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