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2회차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대응하며 200억원 가량을 지출한
티앤알바이오팹(246710)이 추가적인 풋옵션 행사를 일시적으로 막아둘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측은 투자자에게 주가 상승 여력을 어필하는 데 성공하면서 약 3억원 규모의 프리미엄 수수료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채 만기일까지 2년간 상환 유예기간을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환이 유예된 액수가 지난해 유상증자 조달 금액이 축소되며 삭감된 금액과 동일해 흥행에 실패한 유증의 후속조치에 불과하단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사채상환 명목으로 조달한 자금은 이미 소진한 모양새여서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사진=티앤알바이오팹 홈페이지)
사채권자와 풋옵션 불행사 합의…수수료 3억원으로 50억원 상환 2년 유예 전망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앤알바이오팹은 최근 사채권자와의 '풋옵션 불행사 합의'에 따라 지난 2023년 8월 발행한 240억원 규모의 2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관련 공시서류를 정정했다. 해당 사채의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3%이며, 발행 대상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등 다수의 재무적 투자자(FI)로 구성돼 있다.
사채의 만기는 2028년 8월4일이며, 지난해 8월4일부터 전환 및 풋옵션 청구 기간이 시작됐다. 그간 주가와 2회차 CB 전환가액의 흐름을 살펴보면 2025년 8월1일 티앤알바이오팹의 종가는 2752원으로 당시 전환가액 8210원보다 낮았고, 30일 현재 종가 역시 3230원으로 현재(2025년 11월4일 공시 기준) 전환가액 4471원을 하회하고 있다.
이처럼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도는 흐름을 보이자 FI들의 선택은 사채를 보유하고 있기보단 풋옵션 행사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2025년 8월4일 66억원을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31일 99억원, 11월4일 25억원 등 총 190억원에 대한 풋옵션이 행사됐으며, 실제 지출된 취득금액은 총 204억원에 달한다.
현재 잔여 사채는 50억원인데 주가는 여전히 전환가액을 밑돌아 추가적인 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측은 남아 있는 사채권자와의 협의를 통해 풋옵션 불행사 사전통지 옵션을 추가한 것이다.
추가된 옵션에 따르면 사채권자는 오는 2월4일부터 9개월에 한번씩, 총 3번의 풋옵션 불행사 사전 통지가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전자등록금액 100%에 대해 다음 풋옵션 불행사 사전통지기간까지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사채권자가 풋옵션 불행사 사전통지를 하면 발행회사인 티앤알바이오팹은 일정 규모의 수수료(프리미엄 지급액)를 지급하게 된다. 1, 2회차 통지 시 각각 1억3800만원을 지급해야 하며 3회차 통지 시 지급 금액은 7500만원이다.
이로써 티앤알바이오팹은 3억5100만원으로 50억원 상환을 일시적으로 틀어막게 된 셈이다. 또한 사측이 투자자에게 주가 상승 가능성을 어필해 설득에 성공했다는 부분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
지난해 유증 조달금액 감소에 따른 후속조치 성격도…추가 유동성 확보는 숙제
다만 이미 지난해 사채의 조기상환을 염두에 두고 주주들에게 손을 벌렸던 회사가 조달금액의 축소로 생긴 구멍을 잠시 메우는데 그친 임시방편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8월 유상증자로 사채상환자금을 마련하려는 계획을 세운바 있다.
최초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회사는 유증을 통해 총 4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 세부적으로 채무상환자금 224억원, 시설자금 17억원, 운영자금 159억원 등이다.
하지만 10월16일 발행조건이 확정되면서 총 모집금액은 22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채무상환자금은 56억원 감액된 168억원으로 책정됐고, 이는 모두 2회차 CB 상환자금에서 차감됐다. 그 외 시설자금은 12억원, 운영자금은 47억원으로 줄었다.
즉, 당초 사측은 유증 이전 시점에 이뤄진 8월자 풋옵션 행사내역을 제외하고 2회차 CB 권면총액 173억원에 대한 상환을 염두에 뒀지만, 유증 조달 금액이 감소하며 50억원의 구멍이 생겼던 셈이다. 이번 옵션 추가를 통해 풋옵션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방향으로 일단락됐으나 최종적인 2회차 CB의 전환 혹은 상환 여부는 향후 주가의 추이에 달렸다.
한편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회사의 유동비율은 42.19%로 유동성이 다소 저조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현금및현금성자산 55억원, 단기금융상품 1억원 등 보유 현금성 자산은 56억원 남짓이다. 여기에 유증 조달 자금 227억원을 단순 합산하면 유동비율은 99.75%까지 상승 가능하다.
그러나 채무상환자금 명목으로 조달한 자금은 전부 소진한 상태이고, 풋옵션 가능성을 미뤄뒀다는 건 회사의 추가적인 상환 여력이 부족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는 만큼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티앤알바이오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제 남아 있는 사채권자는 한 곳 밖에 없다. (2회차 CB 옵션 추가는)유동성 확보 측면도 있고, 조기상환청구권이 남아 있게 되면 회계상 파생상품평가손익 이슈도 발생하게 되는 만큼 종합적으로 회사에 유리한 측면에서 진행을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회사가 자금 조달을 비롯한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를 묻는 질의에 대해선 "들은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