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안정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공급 부족과 인프라 집중, 자산 격차 확대가 맞물리며 수도권 쏠림은 강화되는 반면 비수도권은 미분양과 건설업 위축이 장기화하는 양상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수도권 인구집중’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수도권 도시 평균 생산성은 101.4%로 비수도권(98.7%)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2019년에는 수도권 121.7%, 비수도권 110.6%로 격차가 11.1%포인트로 확대됐습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인구 비중도 47.4%에서 49.8%로 상승했습니다. 연구진은 2010년대 이후 비수도권 제조업 도시들의 산업 경쟁력 약화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며 인구와 자본이 수도권으로 더 빠르게 이동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인구와 인프라가 쏠린 서울은 구조적인 공급 부족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보 제공 앱 ‘아파트실거래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은 4165가구로, 적정 수요(4만6498가구)에 크게 못 미칩니다. 2027년 1만306가구, 2028년 3080가구, 2029년 999가구로 수요 대비 부족한 수준입니다. 새 아파트를 지을 유휴 부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서울 용산구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사진=뉴시스)
높은 수요와 공급 부족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장기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여왔습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14~2021년 62.08% 급등한 뒤 2022~2023년 조정을 거쳤지만 2024~2025년 다시 14.1% 상승했습니다. 공급 불안 우려와 규제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가격 격차는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4.45로 집계됐습니다. 상위 20% 평균 가격은 13억4296만원, 하위 20%는 9292만원으로 격차가 14배를 넘습니다. 서울의 5분위 배율도 7.38로 높은 수준을 기록습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전년 말 대비 8.98% 상승한 반면 비수도권은 1.08% 하락했습니다.
가구 자산 격차 역시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수도권 가구 평균 자산은 7억926만원으로 비수도권(4억2751만원)의 1.66배에 달했습니다. 격차의 약 80%가 부동산 자산 차이에서 비롯됐습니다. 소득 격차가 1.20배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자산 불균형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오는 5월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이러한 흐름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환금성이 낮은 비수도권 주택을 먼저 정리하고 서울 핵심지 1주택만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일부 지방 광역시와 세종 등에서 매물이 늘어나는 조짐도 감지됩니다.
반면 지방은 미분양이 5만가구 선에서 줄지 않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510가구로, 이 가운데 5만627가구(약 76%)가 비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의 85% 안팎도 지방에 집중돼 있습니다. 공급은 쌓이는데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셈입니다.
수도권 과열과 지방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구조’가 굳어지는 가운데, 서울 집값 안정 대책이 지방 시장의 위축을 더 심화시키지 않도록 지역별 수급 상황에 맞춘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도권과 지방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는 일률적 규제로는 양극화를 완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