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증발"…통신3사 현금 곳간 축소

1년 새 현금?1조 감소…통신3사 재무 여력 축소
SKT 30% 급감, LGU+는 차입 축소…KT는 주주환원 확대
KT, 분양이익 피크 이후 시험대…차기 CEO 부담 늘 듯

입력 : 2026-02-18 오후 12:59:24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이동통신3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년 새 1조원 넘게 줄었습니다. 인공지능 전환(AX) 투자 확대와 주파수 재할당 비용 부담을 앞둔 상황에서, 유동성 여력이 축소되며 재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KT는 최고경영자(CEO) 교체 국면까지 겹치며 차기 경영진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통신3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총액은 6조38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도인 2024년 말 7조423억원과 비교하면 1조36억원 감소한 수준입니다. 감소율은 약 14.2%입니다.
 
회사별로 보면 SK텔레콤(017670)의 감소 폭이 가장 컸습니다. SK텔레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6414억원으로 전년(2조3476억원) 대비 7062억원 줄며 30.1% 감소했습니다. KT(030200)는 3조5070억원으로 1년 전(3조7295억원)보다 2225억원 감소해 6% 줄었습니다. LG유플러스(032640)는 8904억원으로 전년(9653억원) 대비 749억원 감소하며 7.8% 줄었습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기업이 추가 차입 없이 즉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을 뜻합니다.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네트워크 설비 확충 등 전략적 의사 결정의 기반이 되는 지표로 볼 수 있습니다.
  
 
SK텔레콤의 현금 감소는 해킹 사태 이후 보안 투자 확대와 관련 비용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유심 해킹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과 보안 인프라 확충 지출이 단기간 현금 유출로 이어졌습니다. 
 
LG유플러스는 현금 감소와 동시에 차입금을 줄이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습니다. 현금성 자산이 7.8% 감소하는 동안 차입금은 6조2946억원에서 5조8704억원으로 4242억원 줄었습니다. 감소율은 6.7%입니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비율은 60.8%에서 54.9%로 5.9%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차입 상환을 통해 레버리지를 낮추는 방향으로 자금 구조를 재편한 셈입니다.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재무 안전판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KT는 현금성 자산이 6% 감소한 가운데 차입금은 소폭 늘었습니다. 순차입금은 6조8040억원에서 7조2786억원으로 4746억원 증가했습니다. 현금을 줄이면서도 레버리지를 일부 확대한 구조입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주주환원 규모입니다. KT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2500억원을 집행했고, 연간 배당금은 주당 2400원으로 확대했습니다. 연간 발행주식 수(약 2억6000만주 기준)를 감안하면 배당 총액은 약 62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자사주 매입(2500억원)과 배당(약 6200억원)을 합치면 약 8700억원 규모의 현금이 주주환원에 투입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현금 감소액인 2225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입니다. 인건비 절감 등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주주환원과 전략 투자에 동시에 배분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통신3사 사옥. 왼쪽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진=각 사)
 
통신3사는 공통적으로 AX 투자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AI 데이터센터 구축, 기업용 AI 서비스 고도화 등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AI 경쟁이 심화되면서 선제적 투자 압박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 반영될 주파수 재할당 대가 역시 부담입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필수 비용에 해당하는 만큼 지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5G 고도화와 기지국 추가 투자도 지속돼야 합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AI 인프라 투자와 주파수 재할당 비용이 동시에 반영되면 현금 유출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통신 매출 성장률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재무 부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KT의 경우 더 복합적인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김영섭 KT 대표는 인건비 절감 등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에 투입했습니다. 분양이익 반영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된 구간에서 기업가치 제고 메시지를 강화한 것입니다. 연임을 목표로 주주환원을 확대해왔지만, 연임이 무산된 현재 이 전략의 무게는 차기 경영진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됐습니다. 분양이익이라는 일회성 효과가 사라지는 올해부터는 실질적인 수익 체력이 시험대에 오릅니다.
 
추가 비용 절감 여지는 크지 않은 상태에서 AX 투자와 주파수 재할당 비용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고, 현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주주환원 기대치까지 유지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사회 운영과 CEO 선임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경영 불확실성도 남아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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