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조 꺼낸 미 무역대표…관세협상 '고차방정식'

"즉시 모두 15%"라더니…'일부' 국가로 수정
미사용 조항까지 꺼내…'50% 관세 부과' 엄포

입력 : 2026-02-26 오후 6:15:38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15% 관세를 즉시 적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행정부 내부에서 적용 대상과 세율 수준, 시행 시점 등을 놓고 엇갈린 메시지가 나오고 있습니다. 관세 적용 방식이 일괄 인상에서 '국가별 차등 부과'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협상 연계 차등 인상"…15% 넘어 고율 관세 '가능'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5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에 출연해 "현재 우리는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일부에 대해서는 15%로 올릴 것"이라며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어 대표가 언급한 '15%를 넘는 세율'은 무역법 제301조 조사 이후 부과될 추가 관세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그는 301조 조사와 관련해 "연방관보 공고가 며칠 또는 몇 주 내 게시될 것"이라며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 모든 사항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도 진행 중"이라고 하면서, 품목별 국가안보 관세 부과 가능성도 열어 뒀습니다. 그는 단 1번도 발동된 적 없는 관세법 338조에 대해서도 "특정 상황에서 유용할 수 있다"며 관세 압박의 상한선을 사실상 5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관세법 338조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이전에 만들어진 강경 보복 조항입니다. 미국을 제3국보다 불리하게 대우한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 대통령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정치·외교적 부담이 매우 큰 카드로 실제 발동 시 통상 전면전에 가까운 충돌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리어 대표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적절한 경우'(where appropriate) 관세율을 15%로 올리는 추가 포고문을 마련해 대통령이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 세계 수입품에 15% 관세를 '즉시' 적용하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배치됩니다. 적용 대상과 시점을 선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언제 15%의 글로벌 관세 세율이 적용되는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여전히 논의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해싯 위원장은 이어 "그것은 현존하는 협상과 합의의 상태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일본, 대만, 유럽연합(EU) 등이 기존 무역 합의를 지키는지 여부와 연계돼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왼쪽부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20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후 백악관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압박은 더 세게…위법 논란은 '차단'
 
이로써 트럼프발 관세는 모든 국가에 15%로 일괄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별로 차등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관세 조치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행정부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으로, 관세율에 상한이 없습니다. 
 
상대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도 무역법 122조의 법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중심으로 무게가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10% 글로벌 관세'는 무역법 122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크고 심각한'(large and serious)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하거나 달러 가치의 급격한 하락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최장 150일 동안 최대 15%의 임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입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상황이 이 조항이 전제한 국제수지 위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앤드루 매카시 전 연방 검사는 보수 성향 매체 <내셔널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새로운 관세는 상호관세의 근거였던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 관세보다 훨씬 더 명백히 불법"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리어 대표의 발언이 트럼프 행정부 내부 조율 과정에서 나온 메시지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관세율과 적용 방식 모두 확정되지 않은 채, 복수의 시나리오가 열려 있는 셈입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10% 글로벌 관세가 이미 적용된 가운데 15%로의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여기에 무역법 301조 조사 범위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관세율 자체보다 관세 체계가 다층화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키우는 대목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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