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여야 의원과 학계·법조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의 핵심 쟁점인 스테이블코인 '은행 51% 룰'과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둘러싼 방향성을 재점검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분 구조를 직접 제한하는 방식이 혁신과 국가 경쟁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를 주문했습니다.
디지털자산정책포럼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과 민병덕 민주당 의원실과 공동으로 주최한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가 2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의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은행 지분 50%+1주(51%룰)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15~20% 제한 방안을 두고 제도 설계가 시장 안정과 혁신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문의원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2단계 법안 최종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2단계 법안은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후속 입법으로 가상자산 발행·공시 규율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 등을 담는 업권법 성격의 법안입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 성격으로 보고 소유 구조 분산,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을 통한 안정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가상자산업계는 이용자 보호와 규율 강화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배구조를 직접 규제하는 방식은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여야 의원과 학계·법조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의 핵심 쟁점인 스테이블코인 '은행 51% 룰'과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둘러싼 방향성을 재점검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여야 의원들 "위험한 제약…성장 관점 필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금융당국의 입법 방향이 안정과 감독 편의에 과도하게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논의되는 규제는 굉장히 위험한 제약"이라며 "디지털 가상자산 시장을 육성할 수 있는 정책과 입법이 필요한 시점인데 통제 중심 접근이 앞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자산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결제 인프라로 규정하며 "지분 제한 문제는 대한민국이 디지털 금융의 개척자가 될지, 글로벌 표준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나라가 될지를 가르는 선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민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K-콘텐츠와 소상공인 결제 속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단골 코인이 될 때 결제 주권을 세우고 영토를 넓힐 수 있다"며 "제도는 그 길을 열어야지 막아서는 안 된다"고 전했습니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도 "은행은 금융당국 규제 체제에 가장 특화된 기관이어서 감독하기 쉽고 편할 수 있다"며 "지배 구조를 규제해 모든 문제를 관리하겠다는 것은 행정 편의의 발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통제보다 실험의 길을 더 가야 할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분이 아니라 신뢰 인프라가 핵심"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혁신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은행 지분 51%룰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종섭 교수는 "은행 중심 지배구조는 감독 집행 편의성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것이 곧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리스크는 지배구조가 아니라 상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라는 설명입니다.
이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은 준비자산의 충분성, 유동성 관리, 투명한 공시와 외부 감사, 내부통제 체계에서 나온다"며 "지분 구조를 규제하는 방식은 단기적 집행력은 확보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 신뢰를 담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교수는 "지금 논의의 핵심은 누가 지배하느냐가 아니라 기술 기반 금융 인프라로서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라며 "지배구조 규제와 기술·리스크 기반 규제를 대립 구도로 둘 것이 아니라 시장 특성을 반영한 중간 지점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필요한 규제인가"
최승재 세종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법적 관점에서 짚으며 규제의 목적과 수단 사이의 괴리를 문제 삼았습니다.
최승재 교수는 "최근 논의되는 거래소 사고의 본질은 지분 구조 문제가 아니라 내부통제 실패"라며 "대주주 지분을 제한한다고 해서 소비자 보호나 시스템 리스크가 자동으로 해소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최 교수는 "규제는 반드시 목적과 직접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며 "지금 필요한 논의는 규제 공백을 어떻게 메우고 불공정 거래와 이용자 피해를 실질적으로 막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 교수는 소유 구조를 선제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최 교수는 "거래소를 은행이나 전통 금융 인프라와 동일하게 취급해 지배구조 규제를 이식하는 것은 가상자산 시장의 특수성을 간과한 접근"이라며 "과잉 규제는 헌법적 논란뿐 아니라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가 경쟁력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재욱 변호사는 "거래소 지분 제한 규제는 자본시장법상 전통 거래소를 전제로 도입된 제도"라며 "당시 규제는 거래소 사유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단순한 공공재라기보다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기술·자본·속도가 중요한 플랫폼 산업"이라며 "지분 제한은 해외 자본 유치와 대규모 투자 유인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코인 제작이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스스로 코인을 만들어 유통하는 구조가 아니라 외부에서 코인을 가져와 거래를 중개하고 수익을 얻는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 거래소를 전통적인 공공 인프라처럼 보고 대주주 지분까지 제한하면, 투자와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야 의원과 학계·법조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의 핵심 쟁점인 스테이블코인 ‘은행 51% 룰’과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둘러싼 방향성을 재점검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