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호르무즈 해협 봉쇄 공포

입력 : 2026-03-12 오전 6:00:00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세계 경제는 열흘 넘게 현기증을 앓고 있다. 자고 나면 국제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주요국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말 그대로 '빙글빙글' 상태다. 한반도 역시 다르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선 문턱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주식시장에선 주가 변동성이 커지며 거래 정지가 일상화하고 있다. 한국도 '현기증 장세'의 연속이다.
 
세계 경제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중심에는 '유가'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에너지 대동맥,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세계 경제의 냉·온탕이 좌우된다. 실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에 나서면서 유가는 일주일여 만에 50% 넘게 급등했다. 원유 공급 불안에 세계 경제는 곧바로 휘청였다.
 
한국 경제는 크고 작은 위기를 수없이 겪었지만, 유독 유가에 취약하다. 한국은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원유뿐 아니라 석유화학 주제품인 나프타도 중동 수입선에 기대고 있다. 경제 규모 대비 석유 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한국 경제 입장에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치명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한국 경제에서 고유가가 지속되면 물가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 기업 실적 악화, 외국인 투자 이탈 등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고유가·고환율·고물가, 이른바 '3고'가 동시에 진행되면 기업 비용 부담이 커지고 소비 위축이 뒤따르며 경기는 빠르게 둔화한다. 이른바 'S 공포', 즉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은 바 있다. 오일쇼크 때마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중동 현지 사정에 따라 발생한 오일쇼크의 고통을 절감한 이후 우리나라는 원유 수급과 유가 안정화에 전력 투구해 왔다. 그러나 1990년 3차 오일 쇼크 이후 36년이 지나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미국과 남미 등으로 도입선을 넓히며 중동 의존도를 낮춰왔지만, 여전히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에 집중돼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서둘러 중동에 편중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수입처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 업계는 시설과 가격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수입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는 미국 등 원유 도입선을 넓히는 동시에 전략 비축 확대, 해외 자원개발 투자 등을 통해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중동 정세는 한국이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기에,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내부 방어력을 높이는 게 최선의 대책이다.
 
박진아 정책팀장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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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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