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데자뷔…국회 동의도 '난관'

청와대·정부 여전히 '신중론'
여당 내 첫 파병 '반대' 의견

입력 : 2026-03-16 오후 6:20:36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방어에 참여하라는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파병 압박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던 이재명정부도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인데요. 최악의 경우엔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을 둘러싸고 진보 진영에서 벌어졌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까지 제기됩니다. 여권 내 반대로 국회 동의 절차를 진행하는 문제 역시 난항에 빠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회 동의 필요한데…범여권 의원들도 개별적 반대 '피력'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구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16일 "아주 신중하게 대처하려고 한다"며 "한·미 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엔 6년 전인 2020년 당시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는 다르게 국회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사실상 한국군이 다국적군의 일환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여야도 이날 파병 결정을 위해선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습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 파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요. 이기헌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국회는 국익과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이러한 무리한 파병 요청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파병 반대 1인 시위까지 벌였습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범여권 정당에서도 의원들 개별적으로 파병 반대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여기에 참여연대·시민평화포럼 등과 같이 여권에 우호적인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잇따라 파병 반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에선 한국군을 보내는 것은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다는 점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일각에선 파병을 거부한다면 한·미 간 협상이 진행 중인 관세·안보 의제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우려합니다.
 
2004년 12월8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프랑스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이라크 북부 아르빌 지역에 있는 자이툰 사단을 전격 방문해 이라크 평화 재건 활동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병들을 격려했다. (사진=노무현재단)
 
과거 진보정권마다 파병 '부담'…현실화 땐 '지지층 이탈'
 
결국 파병 여부를 결정하는 건 최종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몫이 될 전망인데요. 이 대통령이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때 마주했던 이라크 파병 때와 유사한 정치적 부담에 직면한 모습입니다. 국제관계에서 동맹의 핵심 축인 미국의 요구와 진보 진영의 반전 정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는 점에서 당시 이라크 파병 국면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진보 정권 때마다 파병은 상당한 부담이 됐는데요. 파병은 진보 진영의 핵심 가치인 반전·평화 정서와 충돌해 항상 지지자들의 강한 반발과 이탈이 있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파병 이후 진보 진영으로부터 '배신'이란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전쟁 참여에 대한 명분 부족과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문제도 진보 정권이 파병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로 꼽힙니다.
 
이라크 파병 결정도 고심 끝에 노 전 대통령의 결단으로 진행됐습니다. 당시 국내 반대 여론으로 인해 국회에서 파병 동의안 처리가 두 차례나 미뤄졌지만, 결국 공병단 1개 대대와 의료지원단이 파견됐습니다. 파병지도 원래 예정됐던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에서 테러가 빈발하자 쿠르드족 자치구역 북부 에르빌로 변경했는데요. 치안, 의료, 기술교육, 공공시설 재건 등 민사작전을 주로 펼쳤습니다. 5년 동안 2만여명이 넘는 병력이 파병됐지만 실제 전투에 투입된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에 노무현정부의 이라크 파병 사례처럼 이번에도 비전투 병력 중심의 파병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과거 한국은 비전투 분야에서의 파병이 주를 이뤘습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의료지원단과 항공수송단을 파병했고, 2010년 아프간 전쟁에 오쉬노 부대를 각각 보냈습니다. 이들 부대는 파병 지역의 치안과 재건, 의료 지원 임무를 맡았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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