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설 익은 지배구조 개선안 우려

입력 : 2026-03-16 오후 6:10:31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방안 발표를 두고 혼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지난주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설명할 계획이었습니다.
 
간담회 일정이 상당수 금융사 측에 전달됐지만 갑자기 연기되면서 당혹스러운 분위기입니다. 당국은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었던 지배구조 개선안을 금융지주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에 내놓겠다고 했다가 또 다시 미룬 것입니다. 참석자 일정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개선안을 내놓으려는 시기가 급박하게 정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관가에서나 금융권에서는 정부 내부와 금융당국 내부에서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과 이사회 구조를 둘러싼 문제를 강하게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정치권에서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금융지주를 과도하게 압박하는 것보다는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현 정부 출범 후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이 잇따르면서 지배구조 논란이 부각됐습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사외이사 전문성 강화나 회장 선임 절차 투명성을 강조해 왔지만, 실제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보다 강하게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입니다.
 
문제는 정책의 방향뿐 아니라 적용 대상입니다. 현재 논의되는 개선안은 '주인이 없는' 은행권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방안입니다. 반면 오너 중심의 비은행 금융지주에 대해서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임원 성과보수 체계 같은 사안은 금융지주 전반에 적용할 수 있지만, 경영승계 절차나 이사회 구조에 대한 개선안은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습니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은행권 금융지주는 규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오너 체제를 유지하는 금융지주는 자신들에게 적용되는 규제가 제한적이더라도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입니다. 같은 금융지주 체제 안에서도 구조가 다른 만큼 제도 설계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금융지주가 정책 금융의 핵심 실행 주체라는 점도 논쟁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금융지주들은 향후 수년간 대규모 자금을 생산적·포용 금융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배구조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되면 경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책 목표와 금융사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라는 의미입니다.
 
지배구조 개선은 금융권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과제입니다. 다만 제도는 방향만큼이나 설계와 실행이 중요합니다. 충분한 논의 없이 정책이 서둘러 발표된다면 시장에서는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정책 취지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제도 내용과 적용 범위, 시행 방식까지 치밀하게 다듬어야 합니다.
 
정책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완성도일 것입니다.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 익은 제도’가 등장한다면 금융권 혼선만 키울 수 있습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이 또 하나의 선언적 정책에 그칠지, 실질적인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종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