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한 달…산업계 먹구름 장기화

나프타·LNG 수급 차질 ‘경고’
석화업계 “답이 없다” 한숨만
반도체·철강업계도 원가 ‘우려’

입력 : 2026-03-26 오후 3:18:10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오는 28일 한 달을 앞두고 사태 장기화 기로에 놓이면서 국내 산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주변국 타격으로 중동발 원료 수급 차질이 산업 전반에 연쇄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종전이 미뤄질 경우 주요 산업 대부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거듭 제기되고 있습니다.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26일 중동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원유와 나프타(납사), 그리고 액화천연가스(LNG) 등 중동발 원료 수급 차질에 따른 파장이 국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나프타 수입이 차질을 빚고 가격이 급등해 산업 기반이 위태롭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제 나프타 가격(23일 기준)은 톤당 842달러로 전월(217) 대비 약 55% 급등했습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로 이를 통해 생산된 에틸렌 등이 다양한 산업 소재로 폭넓게 쓰입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NCC(나프타 분해 설비) 중심 구조로 나프타 의존도가 높은데, 전체 나프타 수입량의 절반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프타 수급 통로가 막히면서 석화 업계부터 후방산업까지 산업 전반에 연쇄 충격을 가져오는 형국입니다.
 
현재 수입 나프타 대부분의 공급이 끊기면서 LG화학, 여천NCC 등 업체의 가동 중단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다른 업체들도 일부 재고로 버티고는 있지만 남은 물량도 약 2주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다음달 초부터는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원재료 수급이 어려워 공장 가동과 판매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솔직히 답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재료 수급을 위해 공급망 다변화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단가가 높고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까닭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면서 사실상 재고가 거의 떨어져 가고 있어 매우 어렵다고 했습니다.
 
후방산업 전반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습니다. 나프타 공급 중단에 따라 에틸렌 등 기초유분 생산이 줄어들 경우 이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 섬유, 고무 등 후방산업의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석유화학제품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자동차와 조선, 전자 등 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에 따른 LNG 수급 차질 우려 역시 산업계의 불안 요인 중 하나입니다. 특히 반도체산업의 경우 LNG 부산물인 헬륨 공급 차질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헬륨은 웨이퍼 냉각, 진공 누설 검사 등 반도체 공정 과정에 두루 쓰이는 핵심 공정 가스로 한국은 헬륨 수입량의 약 65%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공급망을 다변화한 상태로 수개월 가량의 헬륨 재고를 확보했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 세계 헬륨 공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에 공급가 상승 등 변수는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헬륨 공급망을 다변화한 상태이기도 하고 남아 있는 재고 등이 있어 반도체 생산 차질로까지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공급 부족에 따라 원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철강업계도 철강 공정 과정에서 철을 가열하는 고열 스팀 등의 용도로 LNG를 사용하거나 전기로 가동을 위해 쓰고 있는 만큼 수급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큰 영향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학계에서는 종전이 멀어질 경우 산업 전반에 심대한 타격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원유·LNG 등 공급 부족으로 인해 파급되는 모든 부산물의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생산 비용 증대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또한 물류비용 상승, 고환율, 불확실성 등은 대부분 기업의 수출 감소와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작용해 경기 전반에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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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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