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전자투표제 도입 '미온적'

선박투자회사 등 4개사만 전자투표제 도입
"주주중심 경영한다면 전자투표 반드시 시행돼야"

입력 : 2011-01-04 오후 7:08:08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12월 결산 법인 정기주주총회를 두 달 앞둔 상황에서 상장법인들이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할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일부 기업들은 과거 주주총회 의결정족수 확보수단으로 도입된 섀도보팅(Shadow Voting) 제도를 이용한 주주총회 운영으로 소수 주주의 권리를 왜곡하고 있다.
 
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2일 기준 상장법인들이 섀도보팅을 정기주총과 임시주총에서 각각 638회(전체 정기주총의 35.9%), 184회(전체 임시주총의 34.2%) 이용했다.
 
특히, 섀도보팅을 가장 많이 사용한 상위 30개사 중 유가증권시장에서 1개사, 코스닥시장에서 16개사가 2009년과 작년 상장폐지됐다.
 
상장법인이 주주총회를 시행할 때 예탁결제원에 섀도보팅을 신청하면 의결정족수에 해당하는 주식수만큼 예탁결제원이 발행사에 위임하기 때문에 대주주의 의견과 예탁결제원 등이 위임한 의결권과 동일할 수밖에 없다.
 
주주총회와 회사 경영·재무상황은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투명하지 못한 회사일수록 섀도보팅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섀도보팅은 세계에서 한국만이 이용하는 기업 친화 정책이다.
 
예탁결제원은 주주 권리 보호 차원에서 10억원 이상을 들여 전자투표제도 시스템을 마련했지만, 도입 회사가 극히 미미하다.
 
현재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한 회사는 아시아퍼시픽 11~12호, 14~15호 등 선박투자회사 4개사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투표제도를 활용하면 기업 입장에서 주주총회 의결권 사전확보와 주주에 대한 권리행사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다. 또 주주총회 관리업무의 전산화, 서면 투표 관련비용이 절감된다. 시간이나 공간적인 제약도 해소되며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사회적 비용도 절감된다.
 
주주입장에서도 주주로서의 권리도 보호받을뿐 아니라 굳이 주주총회장에 참석하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있는 등 편의성이 생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대기업이나 공공기업들은 서로 눈치보기에 급급해 전자투표제도 도입을 미루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상장법인 기업 임원은 "경영권과 관련한 안건의 경우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면 어떤 불확실성이 생길지 모른다"며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1%라도 있거나 소수 주주의 반대의견이 강하게 생긴다는 불안감에 전자투표제도를 쉽게 도입하긴 힘들 것"이라고 귀뜸했다.
 
반면, 기업가치가 주가로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증권사나 소액주주들은 전자투표제도를 반기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들은 주주총회에 안와도 된다는 생각이 당연시 돼있는 등 주총 문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왔다"며 "주주 중시의 경영, 투명 경영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앞장서서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섀도보팅 이용회사에 대한 전자투표 의무화 법안이 상정돼 이 법안이 연내 통과되면 내년부터는 전자투표제도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예탁결제원은 올 상반기까지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는 회사에 주주총회 1건에 대한 전자투표제도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함영대 예탁결제원 전략기획본부 파트장은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은 10여전부터터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해 활성화돼 있다"며 "앞으로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포함한 상장사 전체를 대상으로 전자투표제도에 대한 브리핑이나 설명회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empero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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