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성희기자] 매년 8%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인도를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라고 부르며 중국의 경제성장 궤도를 그대로 따라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인도와 중국은 경제구조나 사회구조 등이 크게 다른 만큼 인도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들의 경우 인도 특유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1일 인도의 인구구조나 외국자본의 관심, 정부의 성장정책 등을 종합해보면 개혁개방 초기의 중국과 가장 닮았지만 실상 두 나라의 여러가지 성장요건 등을 비교하면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 인도 인구, 임금, 기업가정신은 중국에 비해 우위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인도 정부가 중국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특구정책이나 수출금융, 관세환급 정책 등 제조업 성장정책을 도입하며 인프라 건설에 매진하고 있지만 중국과 같이 급격한 제조업 기반의 고도성장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양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책리더십과 노동, 자본투입, 해외 시장 활용도 등이다.
인도의 인구구조, 임금경쟁력, 기업가 정신은 중국에 비해 초기조건이 양호하다고 할 수 있지만 노동 및 자본투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외부환경은 중국보다 열위에 있거나 일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1980년 1자녀 정책을 펼치며 강도 높은 산아제한을 해왔다. 결과 2010년대 초중반 고령화의 영향으로 부양인구 비율이 상승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반면 인도는 2025년경 경제활동인구수가 중국을 앞지를 것이며, 2027년에는 전체 인구수도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인도의 총인구수가 15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재 55.6%인 부양인구 비중은 2050년경 42.4%로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양비 감소가 경제 성장여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고성장에 매우 유리하다는 것이다.
◇인도 '카스트 제도에 다중 공용어로 노동력 이동에 어려움'
또 인도상공회의소는 크고 작은 사업을 하는 기업가 수를 4500만명으로 추산했는데 한국의 인구수만큼의 기업가가 인도대륙을 누비고 있다는 점도 인도의 긍정적 성장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 '카스트'라는 전통관습이 자유로운 노동이동을 제한하고 있으며, 표준화된 언어를 쓰고 있는 중국과 달리 인도는 공용어만 해도 힌두어와 영어로 2개의 전국 공용어를 쓰고 있으며 인종과 민족에 따라 공인된 22개 지방 공용어가 따로 있다는 점에서 노동력의 이동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이 1980년대 중반 경제특구 설정 등으로 화교들의 투자를 이끌어낸 것 이외에도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까지 각종 세제지원와 저임정책 등으로 외자기업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경제규모를 확대한대 비해 인도는 제조업 부문의 투자비중이 낮아 중국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1990년대 초 중국과 30배 가까이 차이가 나던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규모는 지난 2006년부터 1/3수준으로까지 좁혀졌지만 제조업으로 유입되는 비중이 2004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 중국 '공산당 일당체제 신속한 정책의 힘'..인도 '허가제 이후 관료주의 만연'
중국은 1978년 11월 공산당 3중전회에서 개혁개방 실험이 시작된 이후 국가가 담당했던 자원분배 기능을 시장메커니즘에 넘기는 가격개혁이 단계별, 분야별로 확대되면서 급속한 경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공산당 일당독재체제의 신속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이 즉각적으로 경제 각 부분에 반영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는 식민지에서 벗어난 이후 허가경제체제로 시작해 관료주의가 만연했다. 실용주의 개방세력이 주축이 된 현정부가 재집권에 성공하며 경제에 있어 민간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고용시장에서의 공공부문 비중이 민간부문을 상회하고 있다.
또 중앙조직 중심의 중국과 달리 인도는 지방분권과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방행정 중심이 이뤄지는 만큼 현재 인도정부 자체적으로도 경제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전력과 용수, 도로 등 제조 인프라사업을 벌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인도경제의 향후 성장세가 중국처럼 빠르고 계획적이며 일사불란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아보이지 않는다"며 "인도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기업의 경우 중국의 사업경험을 인도시장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