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 장기화 조짐..세계경제 '살얼음판'

입력 : 2011-03-02 오후 1:09:14
[뉴스토마토 홍지영기자]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는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내전의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하루 빨리 평화로운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으면 리비아는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카다피 여전히 사임거부..위성도시에 병력 전진배치
 
현재 1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친 정부 세력이 계속해서 카다피를 지지할 경우 이번 내전은 유효기간 없는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여전히 사임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반정부 시위 발발 자체를 부인하며 알카에다 세력이 주도한 소행이라는 엉뚱한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또 "서방국가들이 리비아를 서로 갖기 위해 테러세력과 싸우고 있는 정부를 버렸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사태로 사망자수만 1000명을 넘을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카다피 정권은 위성도시 알-자위야와 제3의 도시 미스라타에 군 병력을 전진배치했다.
 
◇ 무장 시위대 반격..UN 등 국제사회는 카다피 압박 강화 
 
하지만 시위대의 반격도 만만찮다.
 
5000명의 무장 시위대는 유혈충돌 끝에 알-자위야 수성에 성공한데 이어 이제는 리비아의 심장인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연이어 군부의 이탈과 일가족 망명설이 나오고 있는 점과, 우크라이나 출신 간호사 할리나 콜로트니츠카도 리비아를 빠져나갔다는 소식은 카다피 세력이 쇠약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리비아 사태를 마무리 짓기위한 국제적 움직임도 발빠르다.
 
UN은 카다피 정권의 무자비한 자국민 진압을 이유로 리비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회원국 자격 박탈키로 하는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오스트리아 중앙은행과 미국은 각각 약 12억유로와 300억달러에 달하는 카다피 일가의 자산을 동결했다.
 
데이비드 코헌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자는 "이번 동결조치는 카다피의 자산 접근을 막고, 리비아 국민들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또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리비아 인근으로 군함을 배치하고, 나토 연합군과 함께 리비아 지역을 항행금지 구역으로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수잔 라이스 UN대표는 "미국은 카다피가 퇴진할 때까지 정치적,경제적으로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장기화 우려에 유가 '재점화'..신평사들 "리비아 등급 추가 강등 가능"
 
지속되는 불안감에 전 세계 시장 투자자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에런 구비츠 바클레이 자산운용사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과 주식 가격에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중동발 악재가 다른 곳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시장이 안정을 찾기 전까진 에너지 관련 주들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리비아 사태 장기화 우려가 악재로 작용하며 유가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2.7%(2.66달러) 상승한 99.6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2008년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리비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하향조정하는 등 리비아 사태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찰스 세빌 신용평가사 피치 연구원은 "리비아는 극심한 정정불안으로 더 이상 투자 적격 국가가 아니다"며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한 추가 강등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주변 산유국으로 번질 때 선진국 긴축..수출국가들에 타격
 
이 같은 중동·북아프리카의 민주화 물결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으로도 번지게 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사실상 리비아는 전세계 원유생산량의 1.7%만 생산해 그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산유국이 운집해있는 중동지역으로 불똥이 튀게되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수급 불안으로 계속 휘청일 경우 주요 선진국들이 긴축 정책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주도형 국가들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금융시장 역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심이 위축돼 국내에 유입된 외국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위험도 존재한다.
 
이제 리비아 사태는 더이상 리비아의 문제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이미 예상됐었지만, 전세계에 미치는 파급 규모가 어느정도일지가 관건이라고 보고있다.
  
뉴스토마토 홍지영 기자 hongji09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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