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호석기자] 정몽구 회장이 22일 글로비스 주식 전량매각 결정을 내린 것은 주식 보유로 불거질 수 있는 문제의 소지를 근원적으로 없애는 한편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경제개혁연대와의 소송에 따른 법정판결로 글로비스 주식 63만여주를 이미 현대차에 양도했으며 이와 별도로 18만여주를 매각했다.
정 회장은 나머지 보유주식도 현대차의 인수여력을 봐가며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현대차(005380)가 정 회장의 보유주식을 모두 사들이게 되면 글로비스 지분율은 22.99%가 돼 정의선 부회장(31.88%)에 이어 2대주주의 지위를 갖게 된다.
정 회장의 주식 매각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주식매각이 추후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다.
현대차그룹의 승계 시나리오는 글로비스와 현대엠코 등 순환출자 구도에서 배제되어 있으면서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들의 기업 가치를 높여 그 주식을 매각해 모비스 주식을 인수할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 줄거리다.
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이 1대 주주인데다 그룹내 다른 계열사보다 주가도 높아 승계 작업에 활용하기 가장 적합한 회사로 인식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의 주식 매각은 글로비스 2대 주주가 정 회장에서 현대차로 바뀐다는 의미를 갖는다.
승계 시나리오 관점에서 본다면 글로비스 주식을 정 회장이 갖고 있든 현대차가 갖고 있든, 똑같은 정 부회장 우호지분이어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
또 글로비스 외에도 정 부회장과 글로비스가 최대주주인 현대엠코도 현대건설과의 합병 등으로 후계 승계작업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정 회장의 주식 매각이 미칠 영향은 더욱 미미해진다.
다만 글로비스 주식을 현대차에 완전히 넘긴 뒤 주가가 더 오른다면 그만큼 전체 매각금액에서는 손해를 보게 되지만, 아직은 상당량의 주식을 정 회장이 갖고 있는 만큼 정 회장으로서는 글로비스 주가 동향을 봐가면서 매각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비스 주가는 현대기아차에서 나오는 물량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현대기아차 주가 추이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16만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글로비스 주가 전망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더욱 격화하면서 현대기아차가 지난 몇년간 누린 호황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급상승 모멘텀은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우호지분이므로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면서 "글로비스 주가가 매각 발표 이후 떨어졌지만 금방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이호석 기자 aris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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