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에 뺨맞고 법원에 발목..금융당국 '구겨진 자존심'

입력 : 2011-03-23 오후 4:29:45
[뉴스토마토 명정선/송지욱기자] 최근 법원과 감사원이 금융감독 당국의 행보에 잇달아 제동을 걸면서 신경전이 날카롭다. 내부에서는 하는 일마다 법원과 감사원이 제동을 걸고 나선다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사태와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 관련해 엇갈린 결정을 내린 법원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행정법원은 영업정지된 도민저축은행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내린 부실금융기관 결정 처분의 효력을 정지했다.
 
재판부는 "저축은행에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침해하는 처분을 하면서도 통지나 의견제출 기회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하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은 그대로 유지했다.
 
영업정지 조치 등 결과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금융당국으로서는 자존심을 구긴 셈이다.
 
금융위가 론스타펀드의 대주주 자격에 대해 최종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도 대법원의 판결이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10일 대법원이 론스타의 허위감자설 유포에 대한 소송건에서 2심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판결을 돌려보낸것.
 
금융위는 외환은행 인수건은 아예 상정도 못해보고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여부도 법리검토를 이유로 최종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잇달아 제동을 거는 법원에 대해 금융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법원의 이런 판결이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도 있다. 특히 도민저축은행의 경우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즉각 항고할 뜻을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도민저축은행의 6개월 영업정지는 인정하고 부실금융기관 결정 처분에 효력을 정지해 두가지 사안을 다르게 본 것은 사법부가 법리적으로 잘못 판단한 것 같다"며 "이번 가처분 결정에 항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 한 고위관계자는 "최종 법리판단은 사법부가 하겠지만 이번 결정은 우리로서는 어이없고 황당하다"면서도 "사법부와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일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시련은 법원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의 태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서민금융 감독 실태에 대해 감사를 받은데 이어 또 소비자보호실태와 관련해 감사를 받게 되자 불만이 적지 않다.
 
특히, 금감원은 최근 감사원이 저축은행 감독부실을 이유로 기관주의와 담당자 징계 등을 요구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금감원이 감사원으로부터 기관주의를 받은 것은 금감원 창립 이래 처음이다.
 
김종창 금감원장도 지난 15일 "검사하고 제제를 많이 했는데 좀 서운하게 됐다"며 "전후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결과만 놓고 금감원을 몰아세운것 아니냐는 불만을 드러낸바 있다.
 
금감원관계자는 "연이은 감사로 분위기가 아주 좋지 않다"며 "저축은행건, 소비자보호실태 등 감사가 워낙 많아 정기감사라는 의미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저축은행 건만해도 금융위와 국회 등은 쏙 빠져버리고 우리만 징계한 것도 억울하다"며 "금감원이 권력기관의 동네북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뉴스토마토 송지욱 기자 jeewoo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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