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지훈기자] 29일 전국 12개 방사능 측정소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등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는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그동안 '한반도는 일본발 방사능 안전지대'라고 큰소리쳤던 정부의 발언이 뭇매를 맞고 있다.
네티즌들은 '대통령과 정부 당국, 원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그동안 거짓말로 국민을 속인 것 아니냐'며 격렬히 비판했다. 또 '어디까지 정부 발표를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 '편서풍 효과' 내걸고 정부·여당·원전 전문가까지 '안전' 주장
이날 국내 방사성 물질 검출을 공식 인정한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은 지난 15일 "일본원전에서 핵연료 용융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한국은 방사능에 안전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의 플루토늄 검출이 연료봉 용융때문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한국은 방사능 안전지대'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편서풍 효과'였다.
기상청은 일본 지진발생 직후인 13일 "방사능이 누출된 후 확산되더라도 편서풍으로 인해 태평양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5일에는 일부 증권가와 인터넷에서 "바람의 방향이 한국쪽으로 바뀌면서 이르면 (이날) 오후 4시에 방사능 물질이 한국에 올 수 있다"는 글이 퍼지자, 기상청 등 정부 부처에서는 "바람이 일본을 기준으로 동쪽으로 불어 우리나라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측도 "인터넷 소문은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다 수사당국까지 나서 이를 '근거없는 유언비어'라며 최초 유포자에 대한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16일 국회정무위원회에 출석한 박연수 소방방재청장 역시 "편서풍으로 인해 방사능이 우리나라에 올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29일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일본 원전 '루머'를 겨냥해 "최근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괴담공화국'이라 불리울 만큼 허무맹랑한 유언비어와 음모론에 휘둘려 왔다"고 말했다.
◇ "일 방사능 한국은 무관" 내세우며 "국내 원전 안전" 주장
일본 원전폭발로 인한 방사성 물질 유출이 한국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 정부는 국내 원전 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17일 환경재단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이석호 기획부장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한국은 방사능에 안전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인터넷·라디오연설을 통해 "1차 긴급점검결과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며 국내원전 안전성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계기로 독일, 중국 등 세계각국이 원전 정책을 수정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기존 원전계획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원전계획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장관은 지난 28일 한 조찬 강연회에서 "우리나라는 수소가 모이는 곳에 특수 촉매를 넣었고 전력이 끊어져도 수증기만으로 냉각 가능하다"며 국내 원전의 우수성을 강조하기까지 했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의 국내 유입에 대한 정부 발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의혹은 국내 원자력 발전소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국내원전의 안전성을 크게 장담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홍남표 교과부 원자령 안전국장이 "핵연료와 방사능 유출에 대비해 5중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도 16일 국회정무위에서 "우리원전은 사고가 나면 차단 가능하다"고 말하며 안전성에 대한 의심을 지우기 위해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