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증시가 일제히 화답했다. 빈 라덴의 사망은 중동지역의 정정불안을 급격히 완화시키며 국제유가를 급락세로 돌이켰고, 이는 글로벌 물가우려 또한 일정 부분 해소시키며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2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전거래일 대비 36.60포인트(1.67%) 큰 폭 오른 2228.96에 장을 마쳤다. 닷새만에 다시 쓴 최고가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154.46포인트(1.57%) 뛴 1만4.20을 기록했으며,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24.47포인트(0.85%) 오른 2911.51을 나타내 이른바 '빈 라덴 효과'가 세계증시에 훈풍으로 작용했음을 방증했다.
한국시간으로 이 시각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6월 선물은 전거래일 대비 1.59달러(1.4%) 큰 폭 떨어진 112.34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빈 라덴 이슈에 대해 의외로 담담한 반응이다. 그간 알카에다와 관련된 재료가 시장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던 만큼 빈 라덴의 사망설이 시장을 이끄는 데도 무리가 따른다는 것.
무엇보다 최근 글로벌 상품시장에서 유가 상승을 이끈 원동력이 중동발 우려에서 아시아 신흥국의 수요 회복으로 넘어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빈 라덴의 사망이슈가 유가에 미칠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부장은 이날 "빈 라덴의 사망이 더이상 시장을 끌고가는 건 무리"라며 "따라서 오늘(2일) 증시 상승을 이끈 호재도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중동 불안이 유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줄고 있는 반면, 중국을 비롯해 브릭스(BRICs)국가들의 수요 증가가 더 강하게 유가를 움직이고 있다"며 "(빈 라덴의 사망으로) 단순히 불안감이 해소된 것이지 펀더멘털(내재가치) 요인이 변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송창성 한양증권 수석연구원은 "유가가 지금은 좀 빠지고 있지만 오히려 어떤 측면에서는 위험자산 선호도가 더 높아지며 유가를 끌어올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투자심리가 옮겨갈 경우 달러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유가 상승을 지지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송 연구원은 "알카에다의 영향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근 글로벌 테러에 대한 위협도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빈 라덴의 사망이슈가 증시에 큰 변동성을 초래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도 "테러에서 비롯된 돌발악재들이 시장에 영향을 미쳐 왔다면 악재의 해소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현재 주식시장에선 뜬금없는 얘기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마이너스(-)요인이 아닌 건 분명하기 때문에 이날 뉴욕증시에서 빈 라덴의 사망을 얼마나 큰 심리적 호재로 받아들일 지 여부를 확인한 뒤 대응하는 게 바람직 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