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검찰발표 사실이면 내부에 고정간첩이?"

입력 : 2011-05-04 오후 5:59:35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검찰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는 기술적으로 농협 내부에 고정간첩이 있다는 얘기다. 농협 내부에 고정간첩이 있다면 검찰과 국정원이 나서서 이를 잡아내야 한다."
 
지난 3일 검찰의 농협 해킹 수사 결과에 대해 한 IT전문가가 한 말이다. 내부 인물의 '소행'이 없이는 이번 농협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전문가의 견해'다. 그는 '이런 판단은 순전히 기술적 근거에 의거한다'라고 강조했다. IT 전문가 중에는 이렇게 '기술적 근거'를 들어 검찰 발표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트위터에도 검찰 발표에 대해 불신을 나타내는 글들이 돌고있다. "농협 PC 키보드에 파란 매직으로 '1번'이란 글씨가 있으니 결정적 증거" "북한 스스로 자신들의 엄청난 능력에 놀라고 있을 것 같다" 등등이다. 
 
해킹 사건인 줄 알았던 농협 전산 장애는 검찰 발표로 하루 아침에 '공안 사건'이 돼 버렸다. 3일 오후에는 한 탈북자가 “내가 북한에서 사이버 부대에 교육시킨 수법과 이번 사건이 똑같다”는 인터뷰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다. 보안 전문가들의 여러 의문 제기는 과거 천안함 폭침 때처럼 '좌파의 주장'으로 매도됐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한 의문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농협 전산의 내외부망이 분리가 안 돼 있다"는 검찰 발표와 달리 실제로 농협 전산망은 내외부가 분리돼 있다. 외부 인터넷을 통해 삭제 명령이 떨어졌다는 정황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검찰 수사결과 내용이 부실했다는 점도 있다. 검찰은 “북한이 농협 전산 컴퓨터를 관리하고 있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인했냐?”는 질문에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부분으로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과거 천안함 사태 때와 똑같다. 국가 안보가 ‘국민의 알 권리’를 눌렀다. 
 
금융권에 타격을 주려면 한국은행이나 거래소 같은 금융기관,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 은행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청와대, 국방부 같은 국가기관이 아니고 농민이 주로 거래하는 농협이 왜 대상이 됐는지 북한의 생각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정부도 검찰도 설명해 주지 않으니 국민들이 어찌 알겠는가.
 
세계적 IT인프라와 우수 인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열악하기 짝이 없는 북한의 사이버 부대에 당했다는 것 자체가 망신거리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중에 초계함 천안함이 두동강 났으니 이런 망신이 낯설지는 않다.
 
한국 IBM 소속의 외주 직원이 자기 PC가 좀비 PC가 된 것을 7개월 동안이나 몰랐다는 사실도 의문이다. 일반인들도 무료 백신으로 PC를 관리하는 세상이다. 보안 프로그램 하나 제대로 깔지 않은 한국IBM에 대해 검찰은 내사라도 나서야 한다. 
 
여러 의문에 대해 검찰은 다시 명확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범인을 잡기 힘든 상황에서 북한을 범인으로 지목하면 누구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 외부에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많은 보안전문가들은 이 사건 초기부터 “삭제 명령은 최고 관리자만 내릴 수 있다”고 말해 내부인 연루를 강하게 주장해왔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한 책의 제목처럼 이번 사건이 “검사와 농협, 묻어버린 진실”이 돼버리진 않을지 걱정이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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