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새만금 20조 투자, 정부 압박에 급조"

정부관계자 “LH 경남이전 결정뒤 전북여론 무마위해 급조"
"삼성, 울며겨자먹기식..사업의지 없다"

입력 : 2011-06-16 오전 11:42:33
[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삼성그룹이 오는 2021년부터 전라북도 새만금 지역에 총 20조원을 들여 태양광 사업단지 등을 조성하겠다는 투자사업이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지 없이 급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무총리실을 필두로 한 정부가 무리하게 삼성측에 투자를 요구해 울며겨자먹기로 이에 응했으나, 사업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6일 “삼성의 새만금 투자 계획은 정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지방 재정자립도 확보 지원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 이전 결정 등에 대한 전북의 반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실체가 없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북도가 반발하자 총리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삼성도 정부 성화에 못이겨 사업 발표는 했지만, 이를 진행할 의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며 "공식 발표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 관계자도 “새만금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진행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전북도가 삼성이 투자시기를 앞당긴다고 발표한 내용도 우리측과 전혀 협의된 사실이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는 지난 4월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 김완주 전북지사 등이 투자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공표됐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총 20조원을 들여 2021년부터 204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2단계 예정부지` 11.5㎢에 단지를 조성한다.
 
삼성그룹은 우선 2025년까지 4.1㎢부지에 우선 약 7조6000억원을 투자해 풍력발전기, 태양전지 생산기지 등을 구축하는 것으로 돼있다.
 
하지만 전북도는 삼성의 투자계획을 LH공사 유치 실패를 만회할 치적으로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 지사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북이 LH를 유치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잘못된 결정이며 이는 정부의 책임”이라고 지적한 뒤 “삼성이 새만금에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 투자를 확정하는 등 그에 못지 않는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특히 이달 초 "삼성의 실제 투자 시기가 애초 2021년에서 2015년 전후로 5년 안팎 당겨질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는 등, 사업 당사자인 삼성과 협의되지도 않은 내용들을 발표하며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언론보도로 구체적인 투자 일정들이 나오고 있으나, 전북도와 만나기만 했을 뿐 관련 협의를 진행한 사실이 없다"며 "전북도가 일방적으로 사업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새만금 투자계획은 '기업 팔 비틀기'의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정치적 목적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기업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응했지만 의지는 별로 없고, 지역 정치인은 이를 치적으로 과대포장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런 의혹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힐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뉴스토마토 이형진 기자 magicbull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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