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증권사, 소 잃고도 외양간 못 고치는 이유

의식 부재가 부른 예고된 사고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부재, 업계 감추기만 급급

입력 : 2011-06-21 오후 3:12:38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최근 증권사에서 잇따른 전산사고가 일어나고 있지만 금융당국에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투자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매 순간 등락을 반복하는 주식거래의 특성상, 장중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먹통'이 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직간접적으로 금전적인 손실을 입을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들어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증권사의 전산망 사고를 예방키 위해 업계의 정보기술(IT) 부문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가이드라인이나 종합대책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 4월 농협의 전산장애와 현대캐피탈 해킹사고를 비롯해 NH투자증권의 고객 매매정보 유출 사건 때문이다. 특히 전일에 있었던 현대증권(003450)의 HTS가 접속장애 등과 관련해 개별 증권사 전산 시스템의 신뢰성을 보완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마련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감독당국에서는 고객정보 유출 등 보안문제에는 증권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산장에에 대한 기준은 없는 상태. 다만, 사건의 고의성 문제와 결과의 경중에 따라 금감원의 파견 조사나 시정 요구는 행해지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NH투자증권의 매매정보 유출건에 대해서 개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에서는 NH투자증권이 고의성은 없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충분한 테스트 없었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사고로 유출된 정보는 주식계좌 5284개, 선물업션 22개 등 최대 5508개 계좌로 알려졌다.
 
금감원 IT감독국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 전산장애 문제에 대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필요하다"며 "유형별로 대책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금융전산 사고가 발생하면 각 증권사의 대처 행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큰 사고가 아니다'와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숨기기에 급급하다.
 
현대증권의 경우 전일 9시 이후에 접속한 1만4000명의 고객중 일부가 장초반 45분간 접속이 지연됐다. 현대증권측은 이에 대해 접속을 아예 못한 것이 아니라 유저별로 접속 지연 현상을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태로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며 제기된 민원은 10여건에 불과해 그리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도 사고 발생한 뒤 원인을 찾는 데만 하루 이상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공식적인 해명 자료도 없었고, 사건 발생 경과 시간 등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5월 고객정보를 해킹당한 리딩투자증권은 당시 "아직까지 해킹이 이뤄진 시점은 알지 못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증권사의 크고 작은 금융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사고가 터지고 난 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책 역시 반복되고 있다.
 
금융사고는 해당 증권사의 신뢰성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객 이탈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연출할 수 있다. 돈이 걸린 문제에서 투자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금융IT 전문가는 "복잡한 거래시스템에 한꺼번에 수많은 인원이 몰려 서버에 장애를 일으킬 수는 있으나 이에 대한 대비책은 그 전에 충분하게 만들어놨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장에 내놓을 때는 단 한 번의 오류도 일어나지 않게 철저하게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가 금융계는 해외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융IT 사고까지 빈번하게 일어나면 글로벌 대형금융투자회사의 꿈은 점점 요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empero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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